주요 시중은행 4곳 신규 취급액 주택담보대출 분석

9월 수도권 주담대 비중 65%…한 달 만에 10%p↑

대출금리 인상 등 규제에 비수도권 차주 타격 더 커

“금리 잡으려다 부동산 양극화 더 부추길 수도”

20일 서울 시내 설치된 4대 은행 ATM 기기의 모습.[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정호원 기자] 가계빚 관리를 위한 대출 규제 강화 및 금리 인상이 오히려 주택담보대출의 수도권 쏠림을 불러온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시중은행이 가계빚 관리를 위해 연달아 대출금리를 올리고 9월부터 수도권에 스트레스 금리를 더 부과하는 규제가 시행됐음에도, 은행권 주담대의 수도권 비중은 60%를 넘겼다.

수도권에선 대출 금리가 올라도 ‘빚을 내서라도 집을 사겠다’는 수요가 탄탄한 반면, 비수도권은 금리가 오르자 빠르게 매수 수요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이에 수도권 중심의 대출 규제 강화가 거꾸로 지역별 주택시장 양극화를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출 문턱 높인 은행권…수도권 주담대 비중 급증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18일까지 시중은행 4곳(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이 신규 취급한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규모는 1조6604억원으로 지난 9월(3조6256억원)과 비교해 1조9652억원(54%)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일평균(영업일 기준) 취급액의 경우 1660억원으로 9월(2014억원)과 비교해 17%가량 줄었다.

주요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정책이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권은 지난 6월 최저 2%대로 내렸던 주담대 금리를 지속해 상향 조정했다. 이에 최근 주요 은행 주담대 금리 하단은 일괄 4%대를 넘어섰다. 여기다 유주택자 신규 주담대를 제한하는 등 비가격 정책도 지속 강화했다.

하지만 대출 규제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동시에 주담대 수요의 수도권 쏠림 현상은 가속화했다. 지난 9월 시중은행 4곳이 신규 취급한 주담대(5조5247억원) 중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주담대(3조6256억원) 비중은 65.6%로 8월(54.9%)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늘었다. 이달 들어서도 신규 취급액 중 수도권 주담대 비중은 61.8%로 60%대를 넘어선 상태다.

9월부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발효되면서, 수도권 주담대 문턱을 높인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움직임은 정책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풀이된다. 이 규제는 수도권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때 대출금리에 1.2%포인트의 스트레스 금리를 가산한다. 비수도권(0.75%포인트)보다 더 높은데, 비수도권의 주택 거래가 더 위축된 것이다.

실제 규제 시행 직전인 8월까지 월별 주담대 취급액에서 수도권 비중은 한번도 60%를 넘긴 적이 없다.올 들어 8월까지 주담대 대출 가운데 수도권 비중도 평균 55.2%로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9월 들어 대출 요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수요가 가장 높은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몰린 결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출 규제에 ‘부동산 양극화’ 속도 빨라진다

17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연합]

그렇지 않아도 부동산 양극화 현상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3.3㎡ 기준)은 0.86%로 집계됐다. 서울과 경기의 경우 각각 1.49%, 1.06%로 1%대를 넘어섰다. 반면 지방의 경우 광주 –1.12%, 부산 –1.07%, 대전-0.46% 등으로 주요 도시에서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다.

대출 규제가 효과를 발휘한 이달 들어서도 양극화 기조가 강화되는 모양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두 번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일주일 전 대비 0.11% 상승하며 지난주(0.1%)와 비교해 소폭 늘었다. 특히 강남구의 경우 재건축 추진 단지 위주로 가격이 오르며 0.27%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지방 아파트값은 0.03% 감소하며, 지난주(-0.02%)과 비교해 하락폭이 늘었다.

서울 한 은행 영업점의 대출 안내문 앞을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연합]

사정이 이렇다 보니 가계대출 관리를 위한 주담대 규제가 장기화하며, 부동산 양극화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대출금리 인상 등 가격 위주의 규제가 이어질 경우,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 일부 지역의 가격은 되레 상승 압박을 받는 반면, 비수도권 부동산 가격은 급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대출규제 영향이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다르게 나타나는 이유에 대해 장희순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도권은 금리보다 대출수요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반면, 비교적 주택가격이 낮고 유효수요가 많은 비수도권은 금리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라면서 “대출수요를 잡기 위해 금리를 인상해도 수도권 주택 공급보다 수요가 크기 때문에 오히려 가격이 오르면서 수도권-비수도권 간 부동산 양극화가 심화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약 3년 2개월 만에 결정된 기준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 인상을 통한 수요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 21일 기준 4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금리(5년 주기형 기준)는 4.15~5.72%로 지난 11일(3.99~5.78%)과 비교해 하단이 0.16%포인트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