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PE 대표 소집, 이복현 원장은 불참
M&A 시장 핵심 플레이어 강조
PE 자금 활용해 5조 확보한 기업
[헤럴드경제=심아란 기자]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에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참여한 것을 두고 갑론을박이 지속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자본의 산업 지배’라는 화두를 던지며 PE의 역할론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감독당국이 PE 대표를 소집해 돌연 ‘투자 전략’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으나 PE의 역할을 제한하긴 어려워 보인다. 올해 PE가 주요 기업 구조조정에 흘려 보낸 자금만 5조원을 훌쩍 넘는다.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기관에 대체투자 기회를, 기업에 유동성을 제공하며 조력자 지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올해 PEF 운용사가 사들였거나 매수를 추진하는 주요 구조조정 매물은 총 7곳이다. 이 가운데 SK그룹의 특수가스 업체 SK스페셜티를 제외하면 거래 금액은 구체화된 상태다. 6개 매물의 전체 거래 금액은 5조2906억원을 기록 중이다. 전일 IMM프라이빗에쿼티와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2조700억원에 태영그룹의 종합환경회사 에코비트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현재까지 올해 최대 규모 딜로 기록됐다.
기업구조조정 시장에 PE의 존재감을 감안하면 M&A 시장에서 핵심 플레이어로 손색없는 모습이다. 국내외 기관 자금을 굴리면서 출자자(LP)에게는 다양한 대체투자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PE 역할론에 때아닌 고민을 꺼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단초가 됐다. 고려아연은 두 가문 중심의 이원화된 지배구조를 유지하다 관계에 균열이 생겼고 올 9월 제3자인 MBK가 최대주주 편에 서서 분쟁에 참여했다.
분쟁 당사자 간 다툼이 3개월째 진행 중인 가운데 지난달 28일 이 원장은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대한 부작용을 고려할 때”라며 “산업은 20~30년으로 길게 봐야 하는데 PE는 5~10년 내에 포트폴리오를 정리해야 하는 구조를 가졌다”고 발언해 시장 관심을 모았다. PE 본연의 업무 자체에 의구심을 드러내는 발언으로 여겨져 의아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이 원장의 발언은 공론의 장으로 옮겨졌다. 금감원은 12일 국내 주요 PE 대표와 비공식 간담회를 열고 PE의 역할론을 논의하기도 했다. 다만 이날 이 원장은 간담회에 참석하지 않아 ‘반쪽짜리’ 논의에 그쳤으며 PE에 대한 뚜렷한 감독당국의 입장도 공유된 것은 아니다. 물론 금감원은 간담회 자료를 통해 “PEF는 자율과 창의에 기반해 시장원리에 따라 운용돼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변함이 없다”는 입장은 밝혔다.
시장 관계자는 “투자 기업을 인수해 숨어 있던 가치를 창출하는 점에서 PE의 업무는 당국이 추진하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지향점이 일치한다”라며 “약탈 자본, 단기수익추구 이미지로 평가절하하기보다는 주주가치와 지배구조 개선 등 긍정적인 역할이 조명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