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지혜 기자]서울의 한 세무법인에서 수습 세무사로 근무 중인 A 씨는 요즘 시급 3300 원 가량을 받고 일한다. 매일 아침 9시부터 저녁 9시께 퇴근하는 12시간의 중노동을 하지만 A 씨의 손에 들어오는 월급은 고작 80만원이다. 일반 회사에 다니다 퇴사 후 세무사 시험에 합격한 A 씨는 “지인 중에는 수습 기간에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며 “버는 돈도 별로 없는데 합격 후 친구들을 만나면 한 턱 내라고 해서 부담스러워 약속잡기를 피한다”고 말했다.

구직자들의 꿈과 희망을 담보로 턱없이 낮은 임금을 지급하는 이른바 ‘열정페이’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변호사와 의사 등 고소득 전문직 ‘열정인턴’도 논란이 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인턴 변호사는 대표적인 ‘열정인턴’ 사례다.

사법고시 출신이 아닌 로스쿨 출신은 인턴 경험이 있어야만 대형 로펌에 입사할 수 있다. 때문에 대형 로펌에 들어가기 위해 작은 회사에서 인턴으로 근무할 때는 ‘무보수 혹은 100만 원’을 받고 일하는 상황이 관행처럼 굳어져 있지만, 인턴들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로펌 관계자는 “인턴 기간에는 실무에 큰 도움이 안 되는데도 필요하다고 해서 고용해 사실상 교육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를 주기 애매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로스쿨 출신 변호사는 “하루에 14시간 안팎으로 실무를 봤는데,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보수를 주지 않는 것은 노동착취”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의대생 인턴의 경우도 살인적인 저임금ㆍ중노동을 호소하는 또 다른 사각지대다.

전문의가 되기 위해 의사들은 인턴 1년, 레지던트 4년의 임상 수련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인턴의 경우 여러 전공을 순환하며 교육을 받는다.

이 과정에서 일부 병원에서는 인턴에게 휴일이나 시간외 수당도 지급하지 않으면서 일주일에 100시간~140시간 가량 일을 시키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해 전공의협의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81% 가량의 전공의가 주당 80시간 이상을 근무하고 있으며, 병원으로부터 수련 현황표를 거짓으로 작성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답한 전공의가 44%에 달했다.

상황이 이렇자 일부 인턴들 사이에서는 노동강도가 높은 전공 인턴을 해야 할 경우 “월급을 줄테니 인턴을 바꿔달라”고 요구하는 ‘인턴 암거래’까지 성행하고 있다.

고소득전문직의 경우 다른 직종보다 문제를 제기하기 어렵다. “수습기간만 끝나면 ‘고소득’을 받는 직종이 되기 때문에 그 정도 고통은 감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사회적 시선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례는 모두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

한지양 노무법인 하나 공인노무사는 “전문직 수습 기간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 노무사는 “자격증을 가진 전문직을 배출할 때 해당 부처가 자격사들을 육성 관리해야 할 책임이 있는데도 수습기간이라는 명목으로 업계에 실무 능력을 알아서 배양하게 하는 게 문제”라며 “민간에 수습 교육을 맡겼다고 해서 훌륭한 자질을 갖췄는지 여부는 별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