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스폰서판사·성추행교수 충격…노블레스만 있고 오블리주는 실종…도덕적 덕목 스며드는 교육시스템 필요
영국이 낳은 세계적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백합이 썩으면 잡초 썩는 것보다 더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그만큼 기득권층의 부패는 사회를 빠른 속도로 병들게 한다는 것이다.
‘막말ㆍ스폰서 판사, 성추행 교수, 위장전입 총리후보…’
최근 잇달아 터지고 있는 대한민국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각종 비위 소식에 국민들은 충격과 분노에 휩싸이고 있다.
사법적 정의를 구현해야 할 판사, 진리의 상아탑을 쌓아야 할 교수,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대기업 오너, 민의(民意)의 전당을 수호해야 할 국회의원까지 모자라 행정각부를 통할할 국무총리 후보자까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ㆍ높은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실현해야 할 사람들이 ‘노블레스 말라드(Noblesse maladeㆍ병들고 부패한 지도층)’로 몰락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특히 최근 터진 ‘댓글판사’ 사건은 균형감각을 갖춰야 할 법관이 어떻게 그같은 정치편향적이고 비윤리적 내용과 저급한 욕설류의 글들을 작성할 수 있었는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유명 사채업자에게 대가성 금품을 요구했다가 들통난 ‘뒷돈 판사’도 돈에 눈이 멀어 법관의 양심을 팔아먹은 고위층 인사의 민낯을 보여준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의 신뢰가 곤두박질치고 있다.
우리사회 최고의 지성으로 여겨지던 교수사회도 성추문과 횡령 파문으로 휘청이고 있다.
감사원이 최근 서울대 자연대 교수의 연구비 횡령 혐의를 적발해 학교 측에 파면 요청을 한 데 이어 같은 단과대의 또 다른 교수에 대해서도 비위 혐의를 잡고 조사 중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제자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수리과학부 강석진 교수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이어서 적잖은 파문이 예상된다.
덕성여대 P교수도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총리 후보자에 대한 각종 의혹들은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회의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대한항공의 ‘땅콩회항’ 사건은 우리나라 재벌의 안하무인식 고압적 태도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우리사회에 노블레스 말라드가 만연한 것은 빠른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도덕적 가치 대신, 부와 신분상승의 사다리인 고시문화를 기준으로 사회지도층이 꾸려지면서 한국식 ‘천민자본주의’와 졸부(猝富)문화가 형성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대한민국 현대사의 어두운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는 씁쓸한 자화상인 셈이다.
임운택 계명대 교수(사회학)는 “우리사회의 권력계층들이 그런 지위에 오르기까지 시험, 성적, 업적 중심이었지 민주적 사고방식, 청렴 등의 가치가 존중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빠른 근대화 과정을 통해 나눔과 배려에 대한 가치가 상대적으로 적었고 천민의식, 과시문화, 명품문화가 싹트게 됐다”며 “민주적 가치란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으로 ‘빨리빨리 문화’에선 형성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신광영 중앙대 교수(사회학)는 “한국의 상류층엔 ‘졸문문화’가 형성돼 있어 권력만 잡으면 횡포를 휘둘러도 된다는 사고가 있다”며 “사실 도덕이 없기 때문에 도덕 불감증이라는 것도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블레스 말라드 대신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구현되기 위해 전문가들은 우리사회 전체 교육시스템의 획기적인 변화가 뒤따라야 한다고 주문했다.
임운택 교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잣대를 너무 높게 잡지 말고 리더십이 필요한 누구라도 학교 과정에서 도덕적 덕목들을 훈련받게 해야 한다”며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며 연대성 등 도덕적 가치들이 교육과정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광영 교수는 “오직 입시경쟁에만 내몰려 살아왔기 때문에 특별한 윤리 의식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이제 지도층에 공익적 책임을 요구한 것을 첫발로 알고 교육시스템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경원ㆍ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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