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정부가 기업 투자 촉진에 두팔을 걷고 나서자 재계가 화답하고 나섰다. 정부가 공장 신ㆍ증설은 물론 기업 인수·합병(M&A), 비핵심 부문 이전 등에 정책적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하면서 올해 34조가 넘는 투자 실천계획을 내놓았다.갈길이 바쁜 정부는 우선 기업의 투자를 적극 유도해 실물경기 회복의 모멘텀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기업 투자는 경기회복의 밑거름은 물론 고용창출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미국 제조업 부활을 신호탄으로 세계경제가 개선될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한국경제는 대내외 악조건에서 고군분투해야 하는 상황이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1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와 핵심 대기업 경영진들과 만나 투자 활성화를 구체적으로 협의하고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 장관은 “어려운 때이지만 미래를 대비한 투자에 보다 적극적으로 앞장 서 주시길 바란다”며 당부하고 “투자를 계획하고 실행하는데 차질 없는 실행이 되도록 지속적인 뒷받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도 정부의 의지를 일단 환영하고 나섰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화학, 두산중공업 등 주요 대기업들이 올해 총 34조4000억원의 신ㆍ증설 투자프로젝트를 가동키로 했다.
정부는 이들 투자가 제대로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전력인프라를 조기구축하고, R&D 세액공제 대상기술 확대, 용수 사용료 부담완화, 간선도로 조기 완공 등 전방위 지원을 한다는 방침이다.
대기업들의 올해 투자 프로젝트 중 지난해 10월 투자간담회에서 집계된 28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 프로젝트 중 작년 하반기에 착수됐거나 유지보수 투자로 전환된 것을 제외한 22조4000억원이 첫 삽을 뜨게 된다.
우선, 삼성전자의 투자 면모가 획기적이다. 올 상반기 중 15조6000억원 규모의 평택 반도체 신규라인 건설 투자를 시작한다. 정부는 이에 맞춰 당초 2018년 6월로 예정됐던 전력인프라 구축 시점을 16년 말로 1년 이상 앞당기기로 했다. 결국 정부가 투자애로 해소가 마중물이 돼 공사 착수 시기가 1년 6개월가량 앞당겨진 것이다.
이런 사례는 다른 대기업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올해 OLED 라인 증설 프로젝트를 착수한다. 정부가 LG디스플레이의 투자 애로 해소를 위해 R&D 세액공제 대상 기술을 확대한 결과다.
정부가 투자애로 해소 차원에서 발굴한 10조9000억원 규모의 투자도 진행된다. 에쓰오일은 올 초 8조원을 들여 울산공장 신증설 사업을 착수한다. 정부가 산단 내 석유공사 저장탱크를 지하화하면서 온산산단 내 부지 부족 문제가 해소된 사례다.
GS칼텍스 등은 여수산단 녹지해체를 통한 2조7000억원 규모의 공장을 올해 착공한다. 이 사례는 개발이익부담금 이중부담이 해소되고 산단 외에 대체녹지 조성이 허용되면서 투자가 급물살을 탔다.
포스코는 예산 2000억원을 투입해 광양-여수 부생가스 교환망 구축사업을 상반기 중 착공할 예정이다. 정부는 부생가스 교환망을 구축할 수 있도록 해 운송비 등 생산원가를 절감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또 지난달 조사를 통해 새로 발굴된 올해 착수 예정 프로젝트가 1조1000억원에 달한다.
현대모비스는 충주 친환경 공장 증축을, 현대차는 엔진고장 라인 증설을 각각 올해 중에 개시한다. 포스코는 광양 아연도금강판 공장을 신축한다.
기업들은 또 제조업과 외국인 투자프로젝트 등 7조1000억원 이상 규모의 총 23건에 대해 산업은행에 투ㆍ융자를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청 대상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시운전용 버커링 셔틀 도입 투자, 에코쉽(Eco-ship) 파이낸싱 펀드, 산업단지 환경개선펀드 등이다.
산은은 사업성 검토를 거쳐 실제 투ㆍ융자 여부와 규모를 결정한다. 기업투자촉진이 결정되면 산은 15조원, 민간 15조원씩 총 30조원의 매칭 펀드가 운용된다. 사업성 검토를 거쳐 실제 투·융자 여부와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다.
전경련을 필두로 재계도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현재의 경기침체는 구조적인 장기불황이라고 판단하고 이에 대흥하기 위해서라도 기업들의 사업재편을 지원할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질의 투자는 정책 하기 나름이라는 주장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재계가 요청한 수도권 규제의 획기적 개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방향 재검토, 노사관련 현안 해결, 지주회사 규제 개선, 대규모 유통업체 영업·출점 규제 개선, 산지개발 규제 완화 등에 대해 정부가 어떤 의지로 나설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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