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외교관들이 면책특권을 악용해 주재국 법령을 위반, 불법 암시장을 이용해 돈벌이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심재권 민주당 의원은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근 2년간 고정환율제가 실시되는 주재국에서 고시 환율과 암시장 환율 격차를 이용해 대사관의 운영비나 급여를 ‘뻥튀기’해 차익을 남겨온 것으로 확인됐다고 29일 밝혔다.
자료를 보면 2012년 중남미의 한 대사관은 청사수리비용, 행사비, 직원급여 등 8만 달러 이상을 암시장 환율로 환전해 사용했다. 같은 해 독립국가연합(CIS) 지역의 한 대사관은 공공요금과 특근매식비 등 23만6000여 달러를 공식 금융기관이 아닌 현지 환전상을 통해 환전했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정부의 예산지원이 충분치 않고, 해당 국가의 고시환율과 시장 환율 간 괴리가 커서 예산절감 측면에서 암시장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CIS 국가의 형법(불법외환매매 관련) 제177조는 “개인이 대규모 액수의 외환 불법 매매를 한 경우, 행정처벌과 최소임금 75배의 벌금 또는 최대 3년간의 교정 노동 처벌이 적용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 외교부의 재외공무원복무규정도 “재외공무원은 국제법과 국제관례를 준수하여야 하며, 주재국의 법령ㆍ제도ㆍ문화ㆍ전통ㆍ관행 등을 존중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심 의원은 “외교부가 불법 암시장을 이용하는 것은 재외공관 예산이 충분치 않은 탓이지만 주재국의 법령을 위반하면서까지 암시장을 이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재외공관의 암시장 이용 실태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할 수 없어 정확한 실태파악을 위해 전 공관에 대한 자체감사나 감사원 감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주재국 외환 법령을 어기고 암시장을 이용해 개인적으로 환차익을 본 직원에 대한 조사는 물론 징계도 하지 않았다”며, “향후 재외공무원들의 환차익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개선방안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정호ㆍ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