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서울 여의도로 출퇴근하는 김균석(40ㆍ가명)씨는 최근 인천시 귤현동 ‘계양 센트레빌’ 아파트 미분양 전세에 입주하기로 했다. 대형 브랜드 건설사가 내놓은 새 아파트인 데다 분양가의 절반 가격으로 전세를 놓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회사에 문제가 생기면 전세금을 제대로 돌려받을 수 있을지가 걱정이었는데 ‘전세권 설정’까지 해줄 수 있다고 해서 안심하고 전세를 선택했다”고 말했다.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김씨처럼 건설사들이 내놓는 ‘미분양 전세 아파트’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전세 아파트 물량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세입자는 저렴한 비용으로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고, 건설사는 자금난을 덜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앞으로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 가운데 전세 물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가 미분양 아파트 전세를 선택한 건설사에 대해 금리를 4~5%로 낮춰주는 ‘모기지보증’ 제도를 적용하고,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도입하기로 한데 따라 전세보증금 안전성 확보, 전세난 해소 등 건설사와 세입자가 윈-윈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송)준공후 미분양 전세 들어가도 될까-copy(o)1

분양가 3억원인 아파트(시세 2억7000만원)를 전세로 전환할 경우 1억3000만원은 연 4~5% 보증부 대출로, 1억1000만원은 무이자인 전세보증금으로 조달할 수 있는 등 분양가에 육박하는 자금 회수가 가능한 셈. 국토부 관계자는 “두가지 보증을 이용할 경우 건설사는 분양가의 최대 80%(시세대비 최대 90%)를 연 2%대 저리로 조달할 수 있다”며 “전세 공급이 늘어나면 가을 이사철 전세난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잇점이 어필하면서 미분양 아파트를 전세로 전환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김포 한강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 등에 미분양이 있는 A사, 인천 영종하늘도시 등에 미분양을 보유한 B사 등이 대표적이다. 관련 실무를 맡고 있는 대한주택보증 관계자는 “미분양을 전세로 돌리고 싶다며 절차를 묻는 건설사들의 문의전화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동부건설은 인천 계양 센트레빌 아파트 84~141㎡형 200여채를 전세로 내놓았다. 동부건설의 계양 센트레빌의 경우 지난 7월부터 벌써 160건의 전세 계약을 성사시킨 상태다. 이동환 동부건설 사업소장은 “매주 10~20건씩 전세가 계약되고 있다”며 “분양가의 절반 수준이면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는데다 입주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전세권 설정’도 해주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부영주택도 남양주 도농 ‘사랑으로 부영’ 7단지 84~126㎡형 107가구와 춘천 칠전 ‘사랑으로 부영’ 59㎡형 369가구 등을 전세로 전환했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오산 세교 등의 미분양 아파트 680여가구를 전세로 돌린데 이어 내년까지 서울ㆍ수도권에서 1000여가구의 미분양 전세로 내놓을 계획이다. 여기엔 서울 마포구 주상복합 아파트 ‘펜트라우스’ 54가구도 포함된다.

건설사가 내놓은 미분양 아파트 전세도 건설사의 재무건전성 확인과 전세권 설정 등 주의가 필요하다는 게 부동산 전문가의 조언이다. 한문도 클리코컨설팅 사장은 “미분양 전세는 집주인인 건설사가 하자ㆍ보수 등 관리를 잘해주는 잇점 때문에 인기”라며 “믿을 만한 건설사인지 확인한 뒤 미분양 아파트 전세를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