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주택가격 3년전보다 25% 급등 美 · 英 이어…외국인 투자자 몰려

전통적인 ‘세입자의 나라’ 독일의 주택시장이 심상찮다.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무차별 돈풀기(양적완화) 공조 여파로 미국과 영국에서 ‘부동산 버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상대적으로 차분했던 독일 주택시장도 글로벌 자산 거품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의 월간보고서 10월호를 인용해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쾰른, 슈투트가르트, 뒤셀도르프 등 독일 7대도시의 주택가격이 지난 2010년 보다 평균 25%이상 상승했다고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FT는 특히 최근 급등세를 보인 대도시 아파트가격이 최대 20%가까이 과대평가 돼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스페인 등 다른 유럽국가들이 여전히 부동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와중에 독일만 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은 마땅한 대체투자 상품을 찾지 못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독일 부동산시장에 몰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분데스방크는 “미국과 유럽의 부동산 버블이 터지고 난 후, 외국인 투자가들은 수년간 조용했던 독일시장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로존 위기에서 비롯된 유럽중앙은행(ECB)의 낮은 기준금리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독일로 더 많이 끌어들이게 하고 있다. ECB는 지난 2일 기준금리를 0.5%로 확정, 5개월째 동결하면서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때문에 ECB의 통화정책이 독일 입장에서 너무 느슨한 것 아니냐는 우려와 불만이 제기된다.

최근 자산급등을 겪은 홍콩과 싱가포르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택시장에 과도한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 새로운 세금제도를 도입하는 등 나름의 방안을 강구 중이다. 홍콩의 고급주택 가격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이미 뛰어넘은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런던의 집값도 2008년 초기 정점을 넘어섰고, 새로 짓는 건물의 3/4이상을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정부는 뉴욕과 워싱턴, 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 부동산이 외국인 투자자들의 영향으로 계속 가격이 증가하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FT는 독일 주택시장의 시장과열을 막기 위해서는 분데스방크가 ECB에 기준금리를 올리라고 압력을 넣거나 은행들로 하여금 모기지대출을 위한 준비금을 쌓아두도록 하는 등의 거시정책을 도입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자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