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상범 기자]“나 이번에 30cm 짧치로 줄였는데 어떤지 좀 봐주세요.“ ”짧치에 주름 넣었는데 학주(학생주임 선생)한테 안걸릴까요?”
여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글이다. 여학생들은 거리낌없이 교복을 짧게 줄이는 법 등의 정보공유를 하는 것은 물론, 줄인 교복을 사고파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짧치(짧은 치마)’, ‘똥치(짧치보다 더 짧아 엉덩이가 보일 정도의 치마)’, ‘빽치(몸에 딱 달라붙는 치마)’라는 은어까지 만들어내며 짧은 치마 길이를 하나의 문화로 만들고 있다.
이러다 보니 수선업체들은 매학기 교복치마를 짧게 만들어달라는 학생들로 성황을 이룬다. 영등포의 한 수선업체를 운영하는 박모(40ㆍ여) 씨는 “학생들만의 기준이 있는 것 같다”며 “무릎위 10cm가 기본, 무릎위 20cm, 30cm 길이를 원하는 학생들도 상당수 있다”고 말했다.
아예 교복을 파는 업체들도 치마를 짧게 만들고 있다. A 교복업체 대리점 관계자는 “최근 학생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 짧고 폭이 좁은 교복이다보니 아예 생산될 때 부터 학생들의 기호에 맞춰 짧게 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학생들의 치마길이에 대한 각 학교마다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평구의 B 고등학교는 치마길이가 무릎의 반을 덮고, 치마의 각도가 펼쳤을때 100도를 넘으면 안된다는 규정이 있는 반면 마포구의 C 고등학교는 학생자율에 맡기고 있다. 또 대부분의 학교들이 규정이 있다해도 치마길이를 너무 짧게 줄여 눈에 띄지 않는 이상 단속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선 고교 생활지도 업무를 하는 한 교사는 “학생들이 대부분 교내에서 입는 치마와 밖에서 입는 줄인 치마, 두 종류를 가지고 다녀 실질적으로 규정위반을 적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여학생들의 짧은 치마는 인터넷에서 범죄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 성인사이트에는 “고등어(고등학생) 사진”이라며 짧은 치마를 입은 여학생들을 도촬해 올린 사진들이 하루에도 수십장씩 올라온다. 아예 여고생 도촬사진을 전문 판매한다는 글도 심심치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난 3월에는 짧은 교복을 입은 여고생에게 사진을 찍자며 유인 후 성추행한 20대가 법원에서 징역 판결을 받기도 했다.
서울시 교육청 생활지도과 관계자는 “교복에 대한 규정은 각 학교장 재량에 맡겨져 있지만 매 학기 지역회의 등을 통해 학생다운 복장을 갖출 것을 강조하는 등 지도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