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정부가 추진중인 취득세 영구인하 방안의 적용 시기 논란으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당초 올 가을 거래된 주택도 취득세 감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국회 논의 결과에 따라 내년 1월1일 이후 거래된 주택에만 취득세 감면 혜택이 적용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올해 안에 집을 사려고 준비했던 사람들은 혼란스러울 수 밖에 없다. 취득세 감면 소급 적용여부가 불투명해 주택 구입을 미루면 되지만 또 다른 세금 규제 완화책인 ‘5년간 양도소득세 면제’ 혜택을 받으려면 올해 내에 집을 사야하기 때문이다. 취득세 감면 혜택을 받을 확률을 높이면서 양도세 면제 혜택까지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양도세 5년 면제 적용은 ‘계약일’ 기준=현재 세금 규제 완화책 가운데 확정된 것은 올해말 까지 ‘전용면적 85㎡ 이하의 신축주택ㆍ미분양주택ㆍ1가구 1주택자 소유 주택, 9억원이하’를 구입하면 5년간 양도세를 면제해 주는 것이다. 지난 4월말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5월 부터 시행중이다.
이에 따라 양도세 5년 면제 혜택을 받으려면 올해 안에 집을 사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양도세 혜택을 받기 위한 취득 기준일은 ‘잔금납부일’이나 ‘등기일’이 아니라 ‘계약일’이라는 점이다. 미분양 아파트 등 올해안에 계약하면 잔금을 1~2년 후에 납부하더라도 감면 혜택을 받는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사장은 “올 가을 수도권 등에 유망 아파트 분양이 많은 데 계약을 하면 모두 향후 5년간 양도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취득세 ‘잔금’ 납부 최대한 늦춰야=문제는 취득세 인하 혜택이다. 정부는 8.28 부동산 대책의 일환으로 기존 2∼4%의 부동산 취득세율을 1∼3%로 영구 인하하는 내용의 지방세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시행 시점과 기존 거래에 대한 소급 적용 여부는 아직 확정짓지 못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부동산 취득시 적용되는 취득세율 인하와 관련한 소급적용 여부는 국회 법률심사시 결정될 사항이다. 또 정부는 국회 입법이 이뤄지는 대로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안행부 관계자는 “취득세율 인하 시행일을 내년 1월 1일로 부처간 합의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시행일이나 소급적용 여부는 모두 국회에서 결정될 사안”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취득세를 부과하는 기준은 ‘잔금일’이다. 만약 잔금 납부보다 등기를 먼저 했다면 등기접수일을 취득세 기준일로 삼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다. 따라서 올해안에 계약해도 집주인과 잔금 납부를 최대한 늦추는 게 중요하다.
신규 분양 아파트 등 잔금 납부일이 많이 남아 있는 주택은 모두 취득세 영구인하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분양 아파트의 잔금 납부는 대부분 1~2년후 입주 때이기 때문이다. 그 이전엔 취득세 영구 인하 방침이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원종훈 국민은행 세무사는 “국회에서 취득세 영구감면을 내년1월 부터 시행해도 올해 계약하고 잔금을 내년 이후에 지불하면 취득세 혜택을 보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입주 아파트 연체 이자 내는 게 유리할 수도=혼란이 불가피한 곳은 당장 잔금을 내야하는 9~11월 입주하는 6만가구 규모의 신축 아파트다. 이달 부터 입주를 시작한 송도국제화복합단지 송도글로벌캠퍼스푸르지오(1703가구)나 경기도 시흥 6차 푸르지오(769가구) 등 수도권에도 2만6100여가구에 달한다.
이들은 대부분 12월까지 잔금을 내야하기 때문에 만약 취득세 감면이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면 입주자들은 수백에서 수천만원 정도의 취득세 혜택을 못받는다. 이런 경우 취득세 시행이 언제부터 확정되는지 확인해, 잔금납부일 이후 연체 이자를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
D건설 한 관계자는 “잔금을 연체했을 때 적용하는 연체이자율이 10% 정도 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취득세 감면 적용까지 시일이 길지 않다면 차라리 연체이자를 내고 기다린 뒤 세금 혜택을 받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