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 창사 60주년 기념식 · 헤럴드디자인위크 2013 성황리 개막
팀브라운·지오반노니·매기맥냅등 세계적인 디자이너 거장들 총출동
총리 등 각계 인사 1000여명 참석 “명사들의 강연이 짧아 아쉬웠다”
더 세고 강력한 녀석이 왔다. 전작(前作)보다 훌륭한 후작(後作)이 드물고, 거대한 인물 뒤의 더 뛰어난 인물이 드문 법이라고는 하지만 이 녀석은 아니다. 한층 위력을 더했고, 신무기를 장착했다. 앞서 태어난 이들보다 더 위세당당하게 기업 경영자들을 호령하고, 세상의 리더들 위에서 군림한다. 녀석의 정체는 바로 ‘디자인’이다.
디자인이 세상을 쥐락펴락한 것은 어제오늘의 얘기는 아니지만, 지구촌이 온통 ‘디자인 세상’에 물들면서 가공할 만한 위력의 디자인이 절실해졌다. 이때를 맞춰 더 세진 녀석이 우리 곁에 찾아온 것이다.
그 디자인은 그냥 디자인이 아니다. 제품을 아름답게 포장하고, 매출을 더 올리기 위해 치장하는 단순한 디자인이 아니다. 세상과 소통하고, 상생의 메시지를 던지며, 배려를 중무장한 채 세상의 아름다운 변혁을 외치는, 그 디자인은 ‘책임’을 장착하며 ‘공존의 울림’을 우리에게 던져준다.
디자이너들의 고민도 여기에 있다. 좀 더 넓은 스펙트럼을 추구하며, 책임을 접목한 녀석의 위대함을 더 돋보이게 하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다.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는 영화 스파이더맨의 명대사처럼, 시대를 주름잡고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디자이너들 사이에서도 사회적 책임에 대해 고민하는 흔적이 역력한 것이다.
지난 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는 ㈜헤럴드 창사 60주년 행사와 함께 ‘헤럴드디자인위크2013’ 개막식이 거행됐다. 행사를 계기로 한 주간 한남동 일대는 ‘디자인 열풍’에 휩싸였다.
곧장 8일에는 디자인위크2013 일환이자 주요 행사인 헤럴드디자인포럼이 열렸다. 행사에선 디자인의 앞날에 대해 고민하는 글로벌 디자인 거장들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지구촌을 무대로 활동하는 세계 최고의 디자인 명장들이다. 미국의 디자인 혁신기업 IDEO의 CEO 팀 브라운, 이탈리아 산업디자인 거장 스테파노 지오반노니, 글로벌 톱 그래픽 디자이너 매기 맥냅, 영국의 혁신 디자이너 게리 카드, 사회 기여 공간디자이너 게빈 휴즈, 일본 현대건축의 아이콘 이토 도요, 한국을 대표하는 오준식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돈태 탠저린 공동대표 등. 디자인을 추구하는 경영자와 젊은 학도는 물론 디자인에 별로 관심이 없는 이들이라도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설렐만한 거장들이다.
이들의 합창은 하나였다. 바로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DSRㆍDesign’s Social Responsibility)’이다. 예전보다 강력한 녀석은 다름 아닌 ‘책임’을 온 몸에 두른 것이다. 겉이 아닌, 내면에도 철저하게 녹인 채.
애플의 첫 컴퓨터 마우스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팀 브라운은 말한다. “디자인이 미래에 인간의 기본적 욕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근원적이고 원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고. “ ‘어떻게 세상을 디자인하면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을 지속가능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굶주림에 떨고 있는 세계 수십억명에게 의식주를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 디자이너들이 끊임없이 자문해야 한다”고.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 디자이너 이토 도요 역시 디자인은 공존의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난 동일본 대지진 후 후배 건축가들과 재해지역 재생 프로젝트인 ‘모두의 집(Home-For-All)’을 이끌고 있는 그는 ‘디자인을 통한 세상과의 교감’에 진력 중이다.
이들의 명강의 하나하나에 청중들은 열광했다. 그들로부터 ‘디자인 영감’을 선물받고는 그 여운을 즐겼다. 더 센 녀석 ‘디자인’은 이렇듯 인기 스타 부럽지 않게 공연장을 누볐다. 여기서 얻은 영감을 기업 경영에, 사회 소통에, 리더십 발휘에 적용할지는 청중들의 몫이다.
한편 지난 7일 블루스퀘어에서는 ㈜헤럴드 창사 60주년 기념식과 함께 ‘헤럴드디자인위크2013’ 개막식이 열렸다. 헤럴드디자인위크 첫날 각계 인사 1000여명이 참석했고,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박근혜 대통령의 축전과 정홍원 국무총리의 축사로 시작된 첫날 행사는 팀 브라운 등 주요 연사들이 강연에 나서며 자리를 한 정ㆍ관계, 재계, 금융계 인사들을 매료시켰다.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는 “강연을 끝까지 다 들었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오히려 강연이 짧아 아쉽기까지 하다”며 “세계적인 명사의 강연이 재밌고 생생히 다가왔으며 다음 기회에 또 듣고 싶다”고 했다.
김수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