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학원 전전할 나이인데…세계 최연소 CEO 쿠마란 형제

2011년 ‘고 디멘션’ 앱 회사 창립 잡스·게이츠 책읽으며 영감얻어

“우리형제의 목표는 번 돈의 15% 전세계 어린이 위해 기부하는 것”

학원에만 내맡겨진 한국 청소년 창의성막는 사회분위기와 대조적

12 · 13살 CEO형제가 그리는 큰 꿈은…

“안녕하세요. 한국에 와서 기뻐요.”

세계적인 디자인 거장들이 한자리에 모인 ‘헤럴드디자인위크2013’ 행사 일환인 헤럴드디자인포럼. 지난 8일 포럼 강연 중 청중들의 가장 많은 박수가 쏟아져 나온 것은 두 명의 인도인 소년이 무대 위로 등장했을 때다. 올해 13살인 쉬라반 쿠마란(Shravan Kumaran)과 12살 산자이 쿠마란(Sanjay Kumaran) 형제가 던진 또렷한 한국어 인사에 청중들은 우레와 같은 환호를 보냈다.

이 어린 형제에게는 특별한 타이틀이 따라붙는다. ‘세계에서 가장 어린 최고경영자(CEO)’이자 ‘가장 어린 모바일 앱 개발자’다. 이들은 지난 2011년 ‘고 디멘션(Go Dimension)’이란 이름의 모바일 앱 회사를 창립해 경영해오고 있다. ‘고 디멘션’은 지난 2년간 총 10종의 게임, 교육, 생활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애플 앱스토어, 안드로이드 마켓 등에 공급했다. 이들이 만들어낸 앱은 모두 양 앱스토어에서 별 4개 이상의 평점을 얻으며 48개국에서 4만건 이상 다운로드됐다. 인도에선 이미 국민적인 스타다.

하지만 형제를 주목하게 만드는 건 단순히 이들의 앱 때문만은 아니다.

사실 쿠마란 형제의 앱은 여러 면에서 단순하고 조악하다. 터치 한 번으로 병원이나 경찰서, 소방서, 부모님에게 전화가 걸리는 식의 단순한 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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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디자인위크 2013 이틀째인 8일 오후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에서 세계최연소 CEO형제 쉬라반 쿠바란, 산제이 쿠바란 형제가 강연을 하고 있다.<br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0.08 헤럴드디자인위크 2013 이틀째인 8일 오후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에서 세계최연소 CEO형제 쉬라반 쿠바란, 산제이 쿠바란 형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0.08 헤럴드디자인위크 2013 이틀째인 8일 오후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에서 세계최연소 CEO형제 쉬라반 쿠바란, 산제이 쿠바란 형제가 강연을 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babtong@heraldcorp.com 2013.10.08 헤럴드디자인위크2013 이틀째 행사로 지난 8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열린 헤럴드디자인포럼에서 세계 최연소 CEO 형제(13살, 12살)인 쿠마란 형제가 스페셜 강연을 하고 있다. 이들 형제는 강연 후 기자와 만나 “더 좋은 세상을 디자인하는 CEO가 되고 싶다”고 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하지만 콘셉트부터 구조와 디자인까지 모든 것을 직접, 스스로 해내는 10대 형제에게선 개발자로서의 책임과, 사람과 사회에 대한 애정이 느껴진다. 형제가 직접 지은 회사 이름에선 이들이 바라보는 세상이 묻어난다.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겠다는 동생 산자이의 ‘고’와 사람들의 삶을 큰 변화를 주고 싶다는 형 쉬라반의 ‘디멘션’이 합쳐진 이름이다. 어린 나이에도 자신과 가족만이 아닌 주변을 돌아보는 법을 제대로 배우고 있다.

13살, 12살이면 우리 같으면 한참 초등학교에 다닐 나이. 이 천진난만한 개구쟁이들의 얼굴에서 ‘경영’과 ‘디자인’을 논한다는 게 잔인(?)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당찬 포부 앞에선 우리 현실이 조금은 위축된다.

“우리의 목표는 번 돈의 15%를 전 세계 어린이들을 위해 기부하는 거예요.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 데에 힘이 될 수 있으니까요.”

그들은 비즈니스의 모든 것을 스스로 배운다. 신문을 읽고 학교를 다니면서 보고 느낀 것을 형제가 서로 이야기하면서 어떤 앱을 만들지, 회사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지 결정한다. 롤모델로 삼고 있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와 관련한 책을 읽으면서 그들은 미래를 직접 그리고 디자인한다.

이들에게는 더 큰 꿈이 있다. 클라우드 소싱 기반의 교통, 인구 정보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내는 것이 다음 목표다. 교통 시스템이 열악한 인도사회에 도움이 되는 앱을 만들고 싶어서다. 장기적으로는 대학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 후 하드웨어나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내고 싶단다. 최종적으로는 아름다운 세상을 디자인하는 CEO가 되고 싶단다.

형제가 두려움 없이 자신의 꿈을 펼치고, 도전할 수 있는 데에는 부모의 영향이 크다. ‘이익의 15%를 기부하겠다’거나 ‘하루 한 시간 이상은 컴퓨터에 빠지지 말자’고 형제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었던 데에는 “스스로 가능성을 개발하고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자라라”는 부모의 교육 방침이 자리잡고 있다. 좀 더 성인이 될 때까지 최소한의 간섭만 할 뿐, 나머지 창의적 생각은 철저히 형제 몫으로 남겨두었다고 한다. 매일 방과 후 학원을 전전해야만 하는 우리 사회의 청소년들과는 분명 다른 삶이다.

형제와 동행한 아버지와 어머니는 인터뷰 과정에서도 아이들의 답변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아직 초등학생인 산자이가 가끔 부산스러울 때, “(기자를 앞에 두고) 그러면 안 된다”고 엄하게 주의를 줬을 뿐이다.

부모에게 형제가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았으면 하는지를 물었다. 과묵해보이던 형제의 아버지는 “행복했으면 좋겠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만 했다. 다만 그는 “무엇보다 바른 일을 하고 사는 사람이면 좋겠다(Do Right thing)”고 했다.

“호떡이 너무 맛있고, 강남에 가보고 싶다”는 말에서 영락없는 동심이 묻어나왔지만, 최연소 CEO의 스페셜 강연과 포부는 전혀 어리지 않았다. 창의와 자유분방함의 소중함을 소년 CEO들은 우리에게 선물했다.

홍승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