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식 아모레퍼시픽 디렉터등 한목소리 “생산과잉 문제, 디자인 중요한 사명될것”

“굿 디자인(Good Design)은 가라, 이제 옳은 디자인(Right Design)이다.”

헤럴드디자인포럼에 참석해 강연을 하는 오준식 아모레퍼시픽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주장이다.

디자이너는 그의 디자인을 어떤 형태, 어떤 소재로 하느냐에 따라서 하나의 엄청난 ‘쓰레기 양산자’가 될 수 있고, 반대로 엄청난 ‘자연의 기여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디자인의 사회적 책임(DSR)과 같은 맥락이다. 사회 구성원과 공존하고, 지구 구성원과 소통하면서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의 사명이기도 하다.

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한 발 나아가 “소비자들과 교류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내용과 양과 질에 있어서 옳은 메시지를 담아야 한다”며 “그래서 옳은 디자인을 한다는 자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가 생각하는 디자인은 ‘이왕 똑같은 가치라면 어느 디자인이 더 옳은 영향을 줄까’라는 질문을 디자이너가 늘 스스로 하면서 굿디자인을 벗어나 옳은 디자인을 표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옳은 디자인, 이것은 기업 경쟁력을 좌지우지하는 디자인의 새 방향이자 숙제이기도 하다는 평가다. 옳은 디자인은 파격적인 개념은 아니다. 기업들은 옳은 디자인의 실행과 실천을 해 온 지 오래다. 다만 전에는 디자인에 ‘가치’를 접목하는데 눈을 뜨지 못했고, 그 개념을 정확히 정리하지 못했을 뿐이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디자인에 ‘공존의 가치’ ‘상생의 가치’를 장착하면서 옳은 디자인의 뿌리를 내리고 있다.

역발상 친환경 제품인 삼성전자의 오리가미(Origami) 프린터, 아름다운 지붕 디자인에 열중하고 있는 현대자동차, 디자이너들이 앞장서서 어린이들이 원하는 그림을 운동화에 그려 선물하는 LG전자의 ‘꿈을 그린 운동화’ 프로그램은 옳은 디자인의 대표적 사례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한층 폭넓게 실천하는 첫 단추를 옳은 디자인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비슷한 시각도 기업 현장에 있는 디자인 리더들에게서도 나온다. 현상민 삼성전자 수석디자이너는 향후 디자인 포커스(초점)는 인간과 사회가 처한 문제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냐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산업사회가 만들어낸 생산 과잉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한정적인 자원과 생산 내에서 얼마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느냐 디자인의 가장 중요한 사명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는 “디자인이 창출하는 가치가 이기적인 차원에서 모두가 공유하고 누릴 수 있는 근본적인 가치로 이동해 가고 있다”고 진단한다.

좋은 디자인과 착한 디자인이 한때 대세였지만, ‘보편적 가치’를 융합한 옳은 디자인이라는 거센 물결을 수용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김영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