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허연회 기자]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선정한 11월 ‘이달의 기능한국인’ 이현국(57ㆍ사진) 해성산전 대표.
이 대표는 지난 1983년 엘리베이터용 감속기의 국산화를 성공시킨 이후 38년째 감속기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감속기 전문가다.
전라북도 부안의 변산반도 출신인 이 대표는 ‘기술’을 배워야 성공할 수 있다는 부모님의 권유와 손으로 만지고 노는 것을 좋아하는 적성을 고려해 인천에 있는 운봉공업고등학교(현 인천하이텍고등학교)에서 기계과를 선택했다.
졸업도 하기 전 그의 표현대로 ‘운 좋게’ 방위산업체에 취업해, 유탄발사기와 포를 만들던 동양기계에서 7년 동안 근무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동양엘리베이터로 이직해 이론은 물론 실전까지 겸비한 기술자로 성장해 갔다.
개발부 유일한 ‘고졸’이었던 그는 대졸사원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했다.
이런 노력으로 이 대표는 당시 우리나라 최초의 엘리베이터용 감속기를 개발할 수 있었다. 엘리베이터 부품 중 대부분 일본과 유럽에서 수입해 사용하던 시절이라 감속기 기어의 국산화는 대단한 성과였다.
이 대표의 기술력을 인정한 K사에서 이 대표에게 다가와 생산기술개발을 제안했고, K사와 이 대표는 성장을 거듭했다.
이 대표는 자연스럽게 창업을 결심했다. 이 대표는 “기술에 자신이 생기니까 창업에 대한 열망이 점점 더 커지더라고요. 회사에서 주어진 틀 안에서 개발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고, 내가 직접 회사를 경영하면 개발하고 싶은 분야에 더 집중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1991년 창업 때부터 기술개발로 자체제품생산을 시작했고, 1998년 부설연구소를 설립한 이후에는 해마다 매출의 6%를 기술개발에 투자했다. 기술인력도 전체의 13%를 차지할 정도로 사람에 대한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이 대표는 “불황이 닥쳐도 연구 인력을 줄인 적은 없습니다. 오히려 더 많은 투자와 노력으로 새로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술에서 인정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으로 개발된 기어가 엘리베이터 및 에스컬레이터용 감속기를 비롯, 로봇용·컨베이어용 감속기 등 50여 종이다. 발명특허를 포함한 지적재산권은 68건에 이른다.
또 국내 최초로 풍력발전기용 감속기의 국산화도 성공하기도 했다. 부품수와 무게(중량과 부피 25%)를 획기적으로 줄인 특수기어를 개발해 전력소모량도 크게 줄였다.
당연히 해외 시장에서 노크가 잇따랐다.
지난 1998년에는 중국시장을 개척했고, 2000년에는 일본을 제치고 이스라엘 한 엘리베이터 회사의 수주를 따내기도 했다. 1년의 1/3을 해외에서 보낼 정도로 해외시장 개척에 심혈을 기울인 덕분에 현재, 세계 40여개 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그는 “제가 기술을 갖고 있지 않았다면, 오랜 시간 동안 내공을 쌓을 수 없었고 기술개발에 그렇게까지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지난 38년 동안 현장에서 체득한 기술의 힘을 믿었고, 기술력만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투자를 했다”고 말했다.
제조업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근간이 되고, 엔지니어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하는 그는 “미래의 기술인들이 자기 일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그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며 “기술개발에 성공하면서 느꼈던 희열과 열정 가득했던 도전정신을 잊지 않으면서 앞으로도 쉼없이 기술개발에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