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백웅기 기자] 여야가 4일 열리는 국회 정보위원회의 국가정보원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개혁방안을 놓고 격돌했다. 일반부처 국정감사가 ‘댓글 대입 의혹’ 자체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정치개입 예방’에 무게중심이 실려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국정원이 공언한 ‘예방주사’인 자체개혁안이 아직 나오지 않은 만큼, 정보위는 여야간 그간 서로의 입장만 다시 확인하는 말싸움으로만 끝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민주당 정보위 간사 정청래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국정원이 중심이 돼 국내 정치 전반에 개입했던 정황이 파악된 만큼 ‘셀프개혁안’의 불합리성을 강조하는 데 감사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혔다.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달 8일 국회 정보위에 출석, “이적단체와 간첩적발을 위해 국내외 활동을 융합하고 국내 대공수사파트를 대폭 강화하겠다”면서 10월중 개혁방안을 국회보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공수사권을 완전 폐지해야 한다는 민주당 주장과는 정면 대치된다. 특히 국정원이 ‘10월 중’이라던 제출시한을 넘기면서, 자체개혁안이 국정원법ㆍ국정원직원법 개정을 통하지 않은 조직내 인적 개편 정도에 그칠 것이란 의구심도 정치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정원 개혁이 필요하지만, 대공수사권 폐지에는 강력한 반대다. 특위를 설치하자는 민주당의 요구도, 국정원 자체개혁안을 심사할 정보위 내 특별소위 정도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정보위 간사 조원진 의원실 관계자는 “현재까지 제기된 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서 처벌 방침을 공언한 만큼 일단 사법부에 판단을 맡겨두고, 국정원 자체의 성실한 대처와 포괄적 문제 해결을 위한 의지를 자체개혁안에 반영하라는 요구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보위에는 여야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포함된다. 국정원 국감장에서 여야 원내대표가 직접 의견 조율을 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손쉽게 마련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야 원내대표라 하더라도 국정원이 자체개혁안을 내놓지 않는 한 먼저 의견조율에 나설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일단 국정원 측의 개혁안이 나와야 여야 평가가 이뤄지고, 이를 바탕으로 더하자거나 빼자는 협상의 여지가 생길 수도 있다”면서 “결국 현 정국의 일차적인 열쇠는 남재준 국정원장이 쥐고 있는 셈”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비공개로 진행되는 국정원 국감은 4일 저녁 늦게에나 여야간 합의를 통해 그 내용이 일부 공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