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둘러싼 부정행위 잡음 왜?
미국 대학진학적성시험(SAT)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시험 주관사 측이 지난 5월 시험을 앞두고 부정행위 의혹을 제기하며 시험 일정을 전면 취소한 것. 미국 대학 입학에 대한 한국인들의 잘못된 열의는 1000명이 넘는 학생들의 소중한 시험 기회를 앗아갔다. 지난달에는 3월과 같은 문제가 출제됐다며 사전 문제 유출 의혹이 제기됐고 검찰이 조사에 착수, 서울 강남지역 어학원이 조사를 받기도 했다. 앞서 2007년에도 시험 전 문제유출로 900명의 응시자가 성적 취소를 당했다. 최근 이런 사건이 빈발하는 이유는 주관사인 컬리지보드와 미국교육평가원(ETS)이 문제은행 방식으로 출제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SAT시험은 매년 7회 실시되고 있으며, 일부 회차에 대해 지난 시험의 문제와 정답을 공개해주는 시스템으로 인해 문제 유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주간지 타임(Time)은 지난 5월 이 같은 부정행위가 만연해 있으며 때에 따라선 브로커들로부터 대략 4575달러(약 468만원)에 공식 테스트 책자를 구매할 수 있어서 하버드, 스탠퍼드 등 상위권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같은 비용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일부 외신은 한국의 잘못된 교육열을 지적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르몽드 지는 ‘교육 강박증에 걸린 한국인’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학생들의 학업성취도가 전 세계적으로 높지만 교육에 너무 몰입하면서 부작용을 겪고 있다며 한국의 교육 현실을 비판했고, 5월 SAT시험 취소도 거론했다.
컬리지보드와 ETS는 지난 5월 SAT 한국 시험에서 생물과목을 취소했으며 7월엔 연 6회 진행하던 시험횟수를 4회로 줄인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홍콩과 일본 등지의 한국 응시생이 증가할 것으로도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한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도 부정행위가 이뤄지고 있으며, 해마다 전 세계적으로 300만명의 응시자 중 수천명이 부정행위를 이유로 성적이 취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1년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서는 10여명의 학생이 500~3600달러를 주고 대리시험을 치르도록 한 사례도 있었다.
타임의 보도에 따르면 2011~2012학기 동안 미국 대학에 입학하는 한국 학생들은 총 7만2295명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의 외국인 유학생 수는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며 지난해엔 총 76만4495명을 기록했다. 컬리지보드가 공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SAT시험에 응시한 학생 비율은 백인이 가장 많은 50%, 남미계가 17%, 흑인이 13%, 아시아계가 12%였다.
문영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