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10월 1일부터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시행했다. 취지는 명확하다. 통신 시장 질서를 바로잡아 기업의 이익은 늘이고 소비자들의 가계통신비 부담은 경감시키겠다는 것이다. 이후 기업들의 과도한 마케팅비가 줄고, 소비자들은 합리적 선택을 하게 됐다는 요지로 내놓는 자평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펼쳐진 사태는 정부의 말과 꼭 들어맞지는 않았다. 통신사들은 단통법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가 꼼수를 부렸고, 소비자들은 출고가를 내리지 않은 단말기값과 사실상 고가 요금제에 제한된 선택폭 사이에서 얼굴을 붉혔다. 단통법 시행 후 통신 3사가 내놓았던 중고폰선보상제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으름장에 출시 한두달여만에 사라졌고, 통신사가 유통점에 내주는 판매 수당인 ‘리베이트’가 과다해 이를 불법보조금으로 전용했다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경쟁 기업간 공방과 논란이 벌어졌다. 그러는 와중에 단통법 시행 후 기업들의 가입자 1인당 월별 평균 수익이 늘고, 영업이익도 증가했다는 발표와 업계의 추정이 이어졌다. 통신사들은 둘 사이의 인과관계를 애써 부정하지만, 그 말을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통신사들이 장사를 잘 한 것은 좋지만 소비자들의 통신비 부담이 늘었다는 것은 결코 웃을 수 없는 일이다.
논란은 또 있다. 700㎒ 주파수와 초고화질(UHD) 방송을 둔 지상파 방송과 통신사, 유료방송사간 이해 갈등이다. 일반인들에겐 생뚱해 보이는 논쟁이지만, 각 업계간 이해가 첨예하게 갈린다. 700㎒ 주파수대역은 도달거리가 길고 설비비가 적어서‘황금주파수 대역’이라고 불린다. 이중 일부는 이동통신용 주파수와 지상파의 재난망용 주파수로 이미 배정됐는데 남은 주파수를 어떤 용도로 어떤 사업자들에게 주느냐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상파는 공익성과 무료 보편 서비스를 내세우며 700㎒ 주파수를 지상파 UHD용으로 쓰자고 한다. 이와 함께 정부가 발표한 광고총량제 도입을 두고 유료 방송 사업자들은 지상파 특혜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넘치는 트래픽을 이 주파수대역 확보를 통해 해결하자고 한다. 700㎒ 주파수를 통신사업자에게 배분하면 정부의 수입이 늘어날 뿐 아니라 파생 고용 및 경제 효과가 난다는 의견도 있다.
언뜻 보면 공익성을 내세우는 지상파와 경제성 및 형평성을 주장하는 민간사업자들간의 다툼 같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꼭 그렇지 않다. 지상파 직접 수신 시청자보다는 유료방송 가입자들, 그리고 이동통신 가입자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결국 공공 보편의 이익에 대한 해석도 과거와는 달라져야 한다.
지난해 기준 유료방송 가입률이 91.7%에 달했다. 이는 지상파TV를 직접 수신해 시청하는 인구가 10%도 채 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이동통신가입자는 전체 인구 5042만명보다 약 700만명나 많은 5720만명을 기록했다. 이동통신과 유료 방송 서비스의 ‘공공재’로서의 성격이 더욱 강화된 것이다. 단통법도, 주파수 및 UHD 논쟁도 바로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