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황혜진 기자]“수익도 수익이지만 쓰러질 것 같던 제작사가 성장하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IBK기업은행이 문화콘텐츠산업에서 수익과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제시장’을 비롯해 ‘명량’, ‘군도’, ‘별에서 온 그대’ 등 소위 대박 영화 뒤에는 항상 기업은행의 이름이 따라 붙는 것. 게다가 리스크를 피하려 간접투자 방법만을 고심하는 여는 곳과는 달리 ‘직접투자’를 고수한다. 가장 보수적인 금융업권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선방엔 양성관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장이 있다. 은행권에서 이런 직책을 가진 사람은 그가 유일하다. 양 부장은 기업은행이 지난해 업계 최초로 문화콘텐츠금융부를 만든 뒤 쭈욱 선봉장을 맡고 있다.
이 부서가 화제가 되는 이유는 투자하는 문화콘텐츠마다 소위 대박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영화 ‘수상한 그녀’에 투자해 203%란 수익률을 거뒀고, 관객 수 1200만명을 돌파한 영화 ‘국제시장’부터 ‘명량’, ‘군도’, ‘관상’ 등 대박 영화자막에는 기업은행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드라마에서도 최고 시청률 37%를 넘어선 ‘왔다 장보리’와 중국에서 큰 흥행을 몰고 있는 ‘별에서 온 그대’로 큰 수익을 얻었다.
지난해 말 투자수익률이 6.7%로, 은행 전체 투자수익률(2.2%, 2013년 기준)보다 3배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목표했던 4500억원 수익도 이미 초과달성한 상태다.
양성관 부장은 “저금리시대 다른 투자뿐만 아니라 예대마진 수익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은 수익을 얻고 있다”면서 “올해는 목표 수익률을 8%로 높여잡았다”고 말했다.
비결은 있었다. 구성원 12명은 문화콘텐츠분야를 두루 경험한 정예멤버다. 영화 ‘올드보이’ 배급사 등 충무로 판에서 일하다가 3년 전 합류한 윤성욱 과장은 영화 현장의 감을 살려 작품을 선별하는 역할을 한다.
투자의 시작은 시나리오 검토부터 시작된다. 하루에도 수많은 시나리오를 부서원들이 검토하고 투자 가능성을 진단한다. 구성원 12명이 모두 시나리오를 읽은 뒤 회의를 하고 소위 대박 ‘느낌’이 온다 싶으면 책임자 회의와 상위 기관인 심사부의 승인을 거친다.
양 부장은 “배우간 조합, 감독, 스텝의 조화, 개봉제작사ㆍ배급사, 개봉시기 및 경쟁영화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투자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최근엔 한류바람이 거세 해외판권 관련 사항도 투자결정에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판권에 의해 향후 수년간 수익이 계속 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잠정 투자결정된 콘텐츠는 정부ㆍ유관기관ㆍ학계 및 업종별 전문가 53명을 자문위원으로 구성된 문화콘텐츠 자문위원회 운영을 수렴해 객관성을 높인다.
사실 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산업 투자의 시작은 수익확보 차원이 아니었다.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출만이 아닌 투자를 통해 체력자체를 키워줘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양 부장은 “아직 걸음마단계인 중소기업에는 사업자금 대출을, 성장단계의 중소기업엔 직접투자를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글로벌 애니메이션 ‘넛잡’의 제작사 ‘레드로버’는 북미 개봉을 앞두고에 마케팅 및 배급비용이 필요한 상태였지만 열악한 재무재표로 은행권 대출이 어려웠다. 이 때 기업은행이 콘텐츠 평가를 통해 자금을 지원, ‘넛잡’은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북미에서 대규모 개봉해 극장수익만으로 666억원(부가판권 제외)의 매출을 올렸다. 총 140개국 수출을 통해 2254억원의 수익을 거둘 전망이다. 유명 드라마 제작사인 A사도 기업은행으로부터 프로젝트 투자를 받아 안정된 초기자금을 확보로 제작비 절감 및 방송사와의 계약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을 할 수 있었다.
기업은행은 문화콘텐츠산업육성을 은행의 신 성장동력으로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2016년까지 3년간 총 7500억원을 이 분야에 대출, 투자할 계획이다.
양 부장은 “어려웠던 중소기업들이 성공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뿌듯하다”며 “단기수익보다 장기 비전을 갖고 우수 문화콘텐츠를 가진 중소기업을 발굴ㆍ육성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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