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슈퍼리치섹션 윤현종 기자ㆍ이혜원 인턴기자] 이달 초 홍콩의 한 경제매체는 올해 갓 서른이 된 청년사업가를 주목했습니다. 바로 광둥(廣東)식 레스토랑 체인 ‘이스트오션(East Ocean)’의 최고경영자 스탠 탕(Stan Tang)입니다. 그는 2012년부터 홍콩 내 이스트오션 11개 지점을 운영 중인 ‘식당부호’입니다.
스탠 탕이 새삼 언론의 조명을 받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가 운영 중인 식당의 연혁때문입니다. 32년이 됐으니 CEO보다 나이가더 들었습니다. 그만큼 전통의 맛집으로 입소문이 났습니다. 광둥 요리의 대가로 불린 청 캄(Chung kam)이란 요리사가 1983년 창업한 이곳은 주룽지 전 중국총리와 둥젠화 전 홍콩행정장관 등 현지 유명인사에게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30년 넘은 식당의 사장님이 이제서야(?) 서른 살인 게 궁금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쯤에서 ‘민감하신’ 독자분은 눈치채셨을지도 모릅니다. 네, 스탠 탕은 상속자입니다. 2008년 창업자가 죽은 뒤 이 식당은 스탠 탕의 아버지 탕 싱 보(Tang Shing Bo)가 인수합니다. 그는 홍콩 번화가 중 한 곳인 주룽(九龍)지구 몽콕(Mong kok)지역의 거물급 상가 투자자입니다. 참고로 주룽지구엔 이스트오션의 지점 네 군데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탕 싱 보의 최근 재산이 정확히 파악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작년 7월 그는 주룽지구의 한 중형빌딩(연면적 7989㎡)을 10억800만 홍콩달러(1510억원 가량)에 장기투자 목적으로 사들였습니다. 그의 재력이 어느 정도인 지 파악됩니다.
물론 아버지가 사들인 식당체인을 물려받은 스탠 탕은 여느 중화권 ‘푸얼다이(富二代ㆍ부호 2세)’의 방탕한 모습과는 다른 행보를 보여온 것 같습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전자기기 소매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했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아들이 사회경험을 풍부하게 쌓았다고 생각해 거대 식당체인을 넘겨줬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경영능력이 어느정도 입증됐단 의미입니다.
하지만 그가 단순히 자신의 능력만으로 장사를 할 지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구요. 스탠 탕의 식당체인 대부분은 아버지가 투자한 상가(쇼핑몰)들에 입점해 있기 때문입니다. 임대료가 제로에 가까운 구조입니다. 식당과 상업시설이 동시에 고객을 유치하는 시너지가 생깁니다.
사실 요식업은 홍콩에서 성공하기 힘든 업종 중 하나입니다. 임대료, 즉 부동산 관련 지출이 만만찮은 게 가장 큰 장벽 중 하나입니다. 전 세계 관광객이 몰리는 곳이다보니 손님들의 입맛도 변화무쌍합니다. 그럼에도 장사가 잘 되면 임대료 인상요구가 뒤따릅니다. 장사가 안 되면 안 되는대로 죽을 맛입니다. 신통찮은 매출을 올려보고자 인테리어라도 ‘제대로’ 고쳐보려면 보통 1000만 홍콩달러(14억원 상당)가 든다고 합니다. 보통사람이 먹는 장사 한 번 하기 이래저래 힘든 건 한국이나 홍콩이나 매일반입니다.
하지만 부동산과 유통업 등 소위 식당경영의 ‘명줄’을 쥔 분야의 상속자라면 얘기가 달라지죠. 특히 부동산투자와 유통으로 큰 부호들이 재산 규모 상위 50명 중 26명에 달하는 홍콩의 젊은 상속자들은 외식장사를 ‘충분히(?)’ 통 크고 손쉽게 할 수 있는 구조인 셈입니다.
이는 홍콩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탠 탕과 비슷한 외식경영자는 지구 반대편 브라질에도 있습니다. 바로 식품주류업으로 39억 달러를 모은 현지 자산가 아빌리오 디니즈의 아들인 주앙 파울로 디니즈(51)입니다. 주앙 파울로 디니즈는 2003년 콤포넨테(componente)라는 투자회사를 차려 요식업에 주로 돈을 넣었습니다. 그 중 하나인 ‘포르네리아그룹(Forneria group)’은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을 가진 업체로 ‘산파올로(San Paolo)’와 ‘드레싱(Dressing)’등 5개 식당을 운영 중입니다. 포르네리아 그룹은 케이터링 사업도 병행합니다. 다른 한 곳은 상파울루에 위치한 고급 이탈리안 레스토랑 ‘에코(Ecco)’입니다. 참고로 그는 런던 비즈니스 스쿨에서 교육을 마친 유학파입니다.
선대의 ‘후광’을 입고 사업을 하는 건 대체로 창업보다 쉽습니다. 그리고 그런 든든한 뒷받침이 내가 할 사업의 난관을 쉽게 뚫어 줄 분야라면 그보다 고마운 게 없을 겁니다. 한국이나 해외나 ‘잘 닦인 탄탄대로’를 선호하는 현상은 크게 다른 게 없는 모양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