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휴머노이드 일상 도입 시기상조
협동로봇 안전·가격 다양한 장점
AI 기술 솔루션 적극 활용 계획
“고객들이 원하는 로봇은 ‘휴머노이드’가 아니다. 협동로봇처럼 인간의 행동 즉 ‘모션’을 어느정도 완벽하게 구사할 수 있는 지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는 15일 서울시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서 열린 ‘헤럴드 기업포럼 2024’에서 로봇 시장 전망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2015년 설립된 두산로보틱스는 두산그룹의 대표 미래 먹거리인 협동로봇을 생산하고 있다. 협동로봇은 산업 현장에서 사람을 보좌하는 로봇이다.
두산로보틱스는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에서 후발주자임에도 뚜렷한 성과를 남기고 있다. 협동로봇 생산은 물론 협동로봇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및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 ‘다트 스위트(Dart Suite)’를 보유하고 있다. 그 결과 두산로보틱스는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에서 점유율 4위, 국내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류 대표이사는 이날 발표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은 작업 속도가 느리고 배터리 용량도 낮을 뿐만 아니라 제품에 대한 안전 기준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며 “(이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일상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도입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협동로봇은 안전, 가격 등에서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류 대표이사는 강조했다. 그는 “협동로봇은 사람 가까이서 일할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한 제품”이라며 “다른 로봇과 비교했을 때 조작이 쉽고 확장 가능성도 크다”고 설명했다. 협동로봇과 자율 이동 로봇을 결합한 ‘모바일 매니퓰레이터(Mobile Manipulator)’가 대표적이다.
류 대표이사는 협동로봇이 노동력 감소와 같은 이슈로 성장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는 “2020년부터 2030년까지 국내 노동 가능 인구가 약 300여만명 감소할 것이고, 향후 10년 뒤에는 그 규모가 500만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단순 반복 노동에 사람들이 기피하는 현상도 로봇 수요를 끌어올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동로봇 성장에 힘입어 글로벌 로봇 시장 규모는 향후 9조원 이상 커질 것이라고 류 대표이사는 언급했다.
다만 로봇 기업들의 실적이 최근 정체된 것에 대해서는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과 마찬가지로 로봇 시장도 캐즘을 마주하고 있다”며 “캐즘을 해결하기 위해선 4가지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류 대표이사가 꼽은 4가지 숙제는 ▷고객이 원하는 동작의 구현 가능성 ▷합리적인 가격 ▷사용 편의성 ▷신뢰성 등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당면한 4가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제품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인수합병을 고려하고 있다. 류 대표이사는 “협동로봇 활용 용도가 공장에서 식당 등으로 넓어지고 있는 만큼 새로운 투자를 하고 있다”며 “고객 편의성을 고려한 2세대 협동로봇을 선보이기까지 약 3년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AI 기술도 적극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4에서 AI를 활용한 협동로봇 솔루션인 ▷믹스마스터 무디 ▷오스카 더 소터 등을 선보인 바 있다.
믹스마스터 무디는 AI로 사람 표정을 분석, 협동로봇이 그에 맞는 칵테일을 제공하는 솔루션이다. CES에서 혁신상을 받은 오스카 더 소터는 AI 기술을 활용해 종이컵이나 캔 등을 분류한 후 지정된 휴지통으로 옮길 수 있는 분리수거 시스템이다.
류 대표이사는 “AI를 통해 B2B(사업자 간 거래) 로봇 시장을 개척하고, B2C(사업자와 소비자 간 거래) 로봇 시장도 공략할 것”이라며 “고객이 당면하고 있는 장애물을 해결하고, 두산로보틱스만의 핵심 역량을 통해 시장을 선제적으로 선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이 원하는 모션을 구현하는 협동로봇을 통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겠다”고 마무리했다.
한영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