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예멘이 사실상 쿠데타 상황으로 접어들었다.
시아파 반군인 후티가 대통령궁을 장악하고 관저를 차지하면서, 2012년 ‘아랍의 봄’으로 34년 독재를 마감하고 민주화를 꿈꿨던 예멘은 다시 정치적 소용돌이에 빠졌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압력과 종파분열 등으로 후티의 집권이나 정치적 개입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후티 반군은 20일(현지시간) 대통령궁을 차지하고 관저로 진입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1일 목격자 진술을 통해 전했다.
후티는 전날 오전 수도 사나의 대통령궁 인근에서 정부군과 격렬한 전투를 벌여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 일대를 장악한 반군은 대통령 관저도 공격했다. 압드 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은 공격 당시 관저에서 측근들과 회의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20일 긴급회의를 열어 예멘사태를 논의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후티의 대통령궁 장악에 우려를 표하며 예멘 무장정파들에 교전을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후티의 입장은 강경하다. 압둘 말리크 알후티(33) 후티 지도자는 TV 연설을 통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어떤 결정을 하든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하디 대통령이 이슬람개혁당(이슬라당) 등 부패세력과 유착하고 협력을 등한시했다고 비난하며 지난해 9월 맺은 ‘평화협력합의’(PNPA)의 이행을 촉구했다. 이와 함께 국민대화개선, 신헌법 초안 수정, 알카에다 소탕 등의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후티는 예멘 북서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무장단체로 2004년부터 독재자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과 간헐적으로 전투를 벌였다.
지도자였던 후세인 알 후티는 수 십 년 장기집권을 이어온 살레 대통령을 반대하며 미국의 이라크침공 이후 폭동을 일으켰으나 2004년 사망했다. 그러나 추종세력은 2010년 휴전 전까지 북부 사다 지역을 중심으로 투쟁을 벌였다.
2012년 2월 ‘아랍의 봄’은 예멘의 정치흐름을 바꿨다. 다른 아랍 국가들과 달리 평화적 체제전복을 이뤘고 민주화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아랍의 봄은 후티가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지지자들은 후티가 만연해있는 부패를 척결하고 안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 기대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상황은 복잡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후티는 지난 9월 사나를 무력으로 장악하고 초기 하디 정권에 협조적이었으나, 정부가 연방제안을 내놓자 분열을 조장한다며 강력 반발했다.
30%가 넘는 실업률과 빈곤, 연료보조금 축소 등의 문제들은 해결이 어려워 보인다. 하디 대통령은 살레 정권 부통령 출신으로 살레는 여전히 다수당인 국민의회당(GPC) 당수직을 유지하며 예멘 정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권력 공백과 각 정파 및 종파 갈등을 비집고 들어선 후티가 여전히 군ㆍ경 내부에 추종세력이 건재한 살레ㆍ하디 정권과 쉽게 맞설 수 있을지도 의문으로 남는다.
국민들의 지지를 받은 이집트처럼 무력으로 인한 쿠데타가 성공할 것이란 보장도 없고, 더구나 알후티는 이란이 배후에서 지원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으면서 미국 등 국제사회가 후티의 집권을 지지할 가능성도 적다.
또한 예멘 남부는 수니파 테러조직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영향력이 커 후티가 정권을 장악할 경우 남북 분단이 되지 않는 한 이들과의 대규모 무력 충돌로 번져 종파간 장기 내전이 벌어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