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차원 공동문건 처음 채택
필리핀 대형 인프라에 참여기반 마련
尹 “필리핀 군 현대화에 적극 참여”
필리핀 대통령, 통일독트린 지지
[헤럴드경제(마닐라)=서정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필리핀 국빈 방문을 계기로 우리나라와 필리핀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가 7일(현지시간) 수립됐다. 1949년 수교 이래 양국 정상 차원간 공동문건을 채택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필리핀의 대형 인프라 사업에 대한 우리나라의 참여 기회 물꼬가 마련됐고, 원전 협력 파트너로서 발돋움하기 위한 공감대도 도출했다.
▶尹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연대 강화…필리핀 軍 현대화 참여”= 윤 대통령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은 이날 소인수 회담, 확대회담에 이은 공동언론발표를 통해 두 국가가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공동 비전을 바탕으로 긴밀한 협력과 연대를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며 전방위적 협력 의지를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회담 성과를 다섯가지로 전했다. 우선 안보분야 성과로 “필리핀의 군 현대화 3단계 사업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해양협력 양해각서(MOU)를 계기로 해상 초국가 범죄 대응, 정보 교환, 수색구조와 같은 해양안보 협력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경제분야 협력 기반도 폭넓게 마련됐다. 두 정상은 작년 9월 서명된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을 조속히 발효키로 했다. 또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에 대한 MOU를 체결하고, 해당 사업들을 한국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활용해 추진하기로 했다고 알렸다.
윤 대통령은 “이 두 사업은 지원 규모가 각각 10억달러 상당으로 EDCF 사업 기준 역대 1~2위의 대형 개발협력 사업”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중추적인 역할을 수행할 예정”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농업 분야의 협력을 확대, 필리핀 내에 한국 농기계 생산단지도 조성해 나가기로 했다고 윤 대통령은 전했다.
▶尹 “원전협력 기반 강화” 통일독트린 지지·남중국해 평화 공감대 = 에너지, 디지털 전환과 같은 전략 분야의 협력도 강화된다.
윤 대통령은 “두 정상은 무탄소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이번 바탄 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MOU 체결을 계기로 양국 간 원전 협력 기반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윤 대통령은 공공행정 부문 디지털화를 비롯한 필리핀의 디지털 전환을 적극 지원할 의사도 시사했다.
두 국가 국민들의 안전하고 생산성 있는 인적 교류를 뒷받침해 나가기로도 의견을 모았다. 지난해 필리핀을 가장 많이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한국인이다. 또 2004년부터 지금까지 총 9만7000여 명의 필리핀 근로자들이 한국에서 근무할 정도로 교류가 잦은 상태다.
마지막으로 두 정상은 지역 및 국제 문제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하고,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전략적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필리핀에 대해 “우리 정부의 한-아세안 연대구상과 인태전략 이행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협력 대상국”이라며 “북한의 핵 개발과 무모한 도발, 그리고 불법적인 러북 군사협력을 국제사회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전했다.
마르코스 대통령 또한 ‘8·15 통일 독트린’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으며, 역내 핵심 해상교통로인 남중국해의 평화, 안정,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양국은 남중국해상 규칙 기반 해양 질서의 확립과 국제법 원칙에 따른 항행 및 상공 비행의 자유를 위해 계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정상회담을 계기로 ▷라구나 호수 순환도로와 PGN 해상교량 건설 사업 ▷한-필리핀 경제협력파트너십(EIPP) ▷사마르 해안 고속도로 건설 EDCF에 관한 차관계약서 ▷ 바탄 원전 건설 재개 타당성조사 협력▷한-필리핀 관광협력 MOU 2024-2029 이행계획 ▷한-필리핀 해양 안보 협력 ▷한-필리핀 핵심 원자재 공급망 협력에 대한 MOU가 체결됐다.
이날 발표된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공동선언문에는 ▷정무 관계 ▷국방 및 안보 ▷무역 및 투자 ▷기후 변화 및 에너지 ▷개발 ▷해양 ▷ 인적 교류 및 사회문화 ▷지역 및 국제 협력 등에 대한 협력 내용이 채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