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콜라 한 병보다 저렴한 수류탄’

영국 비정부기구 분쟁군비연구소(Conflict Armament Research)가 유럽연합(EU)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제 82-2식 수류탄<사진>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이슬람 셀레카 반군이 각종 무기를 저렴하고 손쉽게 조달하고 있어 중앙아프리카공화국(중아공) 정부가 내전 종식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콜라보다 싼 수류탄, 중아공 내전 100만 난민 제조기

분쟁군비연구소는 보고서에서 “82-2식 수류탄은 중아공 내 가장 널리 퍼져있는 군수 물품”이라고 지적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연구소는 수류탄이 “일반적인 장비로, 0.5~1달러(약 1100원)면 살 수 있어 코카콜라 한 병 보다 더 저렴하다”고 강조했다.

콜라보다 싼 수류탄, 중아공 내전 100만 난민 제조기
[사진=게티이미지]

특히 “작고 쉽게 감출 수 있으며 지난해 방기(수도)와 그 외의 지역에서 민간인 사상자를 낳게 만든, 안전에 막대한 영향을 가져왔다”고 분석했다.

연구소가 포장을 통해 82-2식 수류탄의 유통과정을 추적한 결과, 이 수류탄들은 중국에서 제조돼 중아공으로 2006년 2만5000개가 무더기로 전해졌다. 정작 인도돼야 할 곳은 ‘네팔왕립육군본부’였으나 네팔군은 “이런 종류의 수류탄을 사용해 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BBC는 전했다.

보고서는 이밖에도 수류탄은 중국산 외에 불가리아산도 있었으며 박격포는 수단제, 로켓 발사기는 이란에서 만들었고, 총탄은 영국, 벨기에, 체코산이었으며 스페인, 카메룬은 산탄을 만들어 공급했다고 밝혔다.

BBC는 셀레카 반군이 이들 무기를 일부는 정부군 무기고에서 탈취했고 일부는 외국인 용병을 통해 국경 밀수를 통해 들여왔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들 무기는 인접국인 수단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 보고서는 “지난 2013년 수단에서 방기까지 적어도 2번 무기를 비행기로 실어 날랐다”고 구체적인 숫자까지 제시했다.

연구소는 “일부의 경우 중국과 이란산 탄약이 중아공에 나타났다는 점은 수단에서 최종목적지가 옮겨졌다는 것이고, 중국의 경우 중국과 수단 정부가 협정을 어긴 것이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다만 유엔이 지난 2013년 말 셀레카의 무기 금수조치를 내렸다는 것을 명시하며 그 이전에 수단에서 중아공으로 전해졌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의 루이스 머지는 “무기가 어디서 오든 상관없이 결과는 명백하다”며 “권력을 쥐고 있는 셀레카는 이미 이 지역에 무기를 넘칠 정도로 가져왔고 여성이나 아이들을 살해하는 등 심각한 인권 남용을 저지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중아공에서는 지난 2013년 3월 이슬람 셀레카 반군이 기독교도인 프랑수아 보지제 전 대통령을 축출하고 무력으로 정권을 잡은 뒤 인구의 80%에 달하는 기독교인들을 탄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