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98%까지 내린 ETF 수수료…‘치킨게임’ 우려
마케팅 과열 경쟁에 여력 부족한 중소형사 타격
“ETF, 연금시장으로 확장해야” 생존 전략 사활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상장지수펀드(ETF) 수수료 인하는 운용업계의 단골 이슈이지만, 최근 다시 화두가 된 것은 중소형 자산운용사로도 옮겨 붙었기 때문이다. ETF는 비슷한 상품들이 많은 만큼, 투자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이기도 하다. 다만, 수수료 인하 경쟁이 길어지면 중소 자산운용사가 시장에서 밀려나면서 전반적인 상품 품질 하락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B자산운용은 지난달 31일 상장지수펀드(ETF) 13종의 총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전격 인하했다. 보수 인하 상품은 ‘RISE 미국S&P500’ ‘RISE 미국나스닥100’ 등 미국 대표지수 추종 ETF와 ‘RISE 미국AI밸류체인TOP3Plus’, ‘글로벌리얼티인컴’, ‘버크셔포트폴리오TOP10’ 등 글로벌 테마형 ETF 등이다.
해당 상품들의 기존 총보수는 연 0.021~0.35% 수준이었으나 모두 연 0.01%로 낮아졌다. 1억원을 투자할 때 부담하는 수수료는 연간 1만원 정도에 그친다. 사실상 무보수인 셈이다. 업계 투톱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업계 최저 보수’를 내건 데 이어 3위 KB자산운용까지 수수료 경쟁에 참전한 것이다.
서학개미를 사로잡기 위한 신경전도 치열하다. 한국판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퀴티(SCHD)’ ETF를 둘러싼 경쟁이 대표적이다. 내용은 같고 사실상 브랜드만 다르다 보니 보수 인하가 마케팅 포인트로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판 SCHD는 지난 2021년 10월 한국투자신탁운용을 시작으로 2022년 11월 신한자산운용, 2023년 6월 미래에셋자산운용 등이 해당 상품을 출시한 상태다. 이에 이달 삼성자산운용은 경쟁사보다 0.0001%포인트 낮춘 연 0.0099%의 총보수를 적용해 들고 나왔다.
이처럼 운용사들이 수수료 내리는 것은 ETF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미리 ETF 고객층을 확보해야 400조원에 이르는 국내 퇴직연금 시장으로도 ‘돈줄기’를 만들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연금저축 계좌 내 ETF 편입 비중이 연초 51%에서 올 7월 말 61%로 10%포인트(p) 늘었다는 조사 결과(키움증권 대상)도 있다. 한 ETF 시장 관계자는 “인기 많은 ETF의 수수료는 사실상 최저 수준이라 수익성이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면서 “그럼에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 이유는 연금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했다.
증권사와 함께 연금 투자자를 겨냥한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퇴직연금 업권 최초로 ETF 적립식 자동투자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증권은 다음달 11일 ‘퇴직연금 ETF 온라인 투자 설명회’를 연다. 삼성·미래에셋운용의 담당자들이 출연해 퇴직연금 ETF 투자 노하우를 공개할 예정이다. KB자산운용도 내달 24일 ‘RISE 연금세미나’를 열고 분배금을 활용한 제2의 월급 세팅법, 연금 관련 세금 이슈 등을 알려준다.
한편, 26일 기준 자산운용사 ETF 점유율 1위는 삼성운용으로 38.8%다. 이어 미래에셋운용이 35.5%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중위권의 점유율 쟁탈전은 더 치열하다. 업계 4위 한국투자신탁운용의 점유율은 올 들어 첫 7%대를 돌파하며 3위 KB자산운용을 바짝 쫓고 있다. KB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각각 7.8%와 7%로 3위와 4위를 차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