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백 사건, 수심위 개최여부 관건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총장지휘권 박탈…임기내 결론 불투명
〈윤호의 검찰뭐하지〉 엄근진 이미지로 다가가기 어려운 검찰! 지금 검찰은 뭘하고 있을까요?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한 결과 김 여사에게 혐의점이 없다고 이원석 검찰총장에 보고했다.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이 박탈돼 이와 관련한 보고는 이뤄지지 않은 가운데, 다음달 항소심 이전 수사결과가 나올 지 주목된다.
‘명품백’은 무혐의 보고…수심위 관건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지검장은 전날 오후 대검찰청 정기 주례 보고에서 김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한 수사 결과를 보고했다.
2022년 6∼9월 김 여사가 최재영 목사로부터 받은 300만원 상당의 디올 백, 180만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 세트 등은 윤석열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도, 대가성도 없다는 게 수사팀 판단이다.
최 목사는 디올 백 등을 건네면서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의 국정자문위원 임명 및 국립묘지 안장, 통일TV 송출 재개 등의 청탁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안장 문제는 김 여사에게 전달되지 않았고, 통일TV 문제는 선물이 전달된 지 약 1년이 지나서야 전달된 점 등을 근거로 해당 선물이 청탁을 위한 수단으로 건네진 것이 아니라고 봤다.
최 목사에게 선물을 구매해 건넨 인터넷매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 역시 지난 5월 검찰 조사를 받으며 “우리가 청탁했으면 우리도 처벌받는데 몰래카메라 영상을 찍었겠느냐”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디올 백은 최 목사가 김 여사와 접견하기 위한 수단이었고, 화장품 또한 윤 대통령 취임 축하를 위한 단순 선물이었다고 검찰은 결론 내렸다.
청탁금지법상 금품을 수수한 공직자의 배우자에 대한 처벌 규정이 없는 점도 무혐의 판단 근거가 됐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1회에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하지만, 별도의 처벌 조항은 없다.
김 여사가 받은 선물과 윤 대통령 직무 사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으면서 윤 대통령 역시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또 김 여사가 무혐의가 되면서 선물을 건넨 최 목사 역시 혐의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검찰은 판단했다. 이에 따라 최 목사 측은 디올백 반환 청구를 최종 검토하고 있다.(▶[단독]최재영 목사측 “김 여사 무혐의시 가방반환 신청예정…법리상 가능” 참조)
이 총장에게는 명품백 사건 결론에 대해 두가지 선택지가 남았다. 수사팀의 판단을 받아들여 수사 결과를 그대로 승인하거나,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우려를 떨쳐내고자 외부 의견을 듣기 위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개최할 수 있다. 최 목사가 사건관계인(피의자) 신분으로 이날 검찰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하겠다고 밝혔으며, 이 총장이 직권으로 수심위를 소집할 수도 있다.
‘도이치모터스’는 항소심·이 총장 임기내 결론낼 지 관건
검찰은 김 여사가 연루된 또다른 사건인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선 “계속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전날 ‘명품 가방 수수 사건은 수사가 거의 마무리됐다고 하는데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수사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느냐’는 질문에 “수사 중인 사안이어서 (구체적으로) 답변드리기 어렵다”며 이렇게 말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서울 종로구의 대통령경호처 시설에서 명품 가방 사건과 도이치모터스 사건의 피의자 신분으로 김 여사를 조사한 바 있다.
검찰 관계자는 내달 12일로 예정된 도이치모터스 사건 관련자들의 항소심 선고를 지켜본 뒤 김 여사에 대한 처분을 내릴 것인지 묻는 말에 “꼭 항소심 결과를 보고 판단한다, 아니다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필요한 수사를 진행하고 수사를 마치면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총장 퇴임식은 다음달 13일로 잡혀있다.
다만 법조계에선 검찰이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전주’ 손모씨의 항소심 선고 결과를 지켜본 뒤 김 여사의 기소 여부 등을 결정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검찰로서도 항소심 결과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검찰은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손씨의 주가 조작 공모 혐의에 ‘방조’ 혐의를 추가하는 한편 김 여사를 비롯한 나머지 전주들에게도 혐의가 있는지 사실상 전수 조사를 진행해왔다.
검찰 관계자는 “주가 조작 사실을 인식하고 이용했다고 판단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공동정범보다는 방조범이 구성요건상 더 입증이 용이하다”고 말했다. 판례에 따르면 방조는 ‘주가 조작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주가조작에 도움이 되는 직간접 행위를 한 경우’를 뜻하며, 인식과 도움을 주겠다는 고의는 명확한 의사연락 등 공동정범 수준에 이르지 않아도 성립할 수 있다.
도이치모터스 사건은 윤 대통령이 검찰총장이던 시절 법무부 장관의 지휘로 수사에서 총장이 배제돼 있다. 2020년 10월 당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에게 가족 관련 4개 의혹 등에 대한 수사지휘를 중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