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임기내 마무리” 의지
이후에도 공수처 판단은 변수로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사건과 관련한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가 다음 달 6일 열린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임기(내달 15일) 내 사건을 마무리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한 만큼 9월 둘째주 ‘디올백 사건’에 대한 검찰의 최종 처분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심위 상황을 지켜본 후 결론을 내리겠다고 공언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사건 처리방향이 또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수심위 쟁점은 여전히 ‘직무관련성’
수사심의위원회에서도 핵심 쟁점은 ‘김 여사가 받은 명품가방이 대통령 직무와 관련성이 있는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장은 청탁금지법 위반 외에도 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 관련 법리를 포함해 수사심의위에 회부할 것을 지시했는데, 이들 혐의 역시 직무 관련성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죄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 또는 약속한 경우 성립한다.
변호사법은 공무원이 취급하는 사건·사무에 관해 청탁·알선을 한다는 명목으로 금품·향응 등을 받거나 받을 것을 약속한 자, 또는 제3자에게 이를 공여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대가성 여부를 불문하고 금품 등을 받거나 요구해서는 안 된다는 청탁금지법 규정과 마찬가지로 알선수재죄와 변호사법 위반죄도 금품의 직무관련성이 입증돼야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전달한 명품가방·화장품 등이 단순히 접견을 위한 수단 또는 친분관계에서 오간 선물로 보고 직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알선수재죄와 변호사법 위반죄는 금품 수수에 대해 직무관련성뿐 아니라 ‘알선의 대가’가 존재했음이 인정돼야 하기 때문에 청탁금지법 위반죄보다도 혐의 성립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 수사팀 결론이다.
대법원 판례는 알선수재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금품 등 수수의 명목이 공무원의 직무에 속하는 사항의 알선에 관련된 것임이 어느 정도 구체적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지 금품 제공을 통해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감 속에 금품을 교부한 정도만으로는 알선수재죄가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팀의 무혐의 결론 사실이 알려진 이후 직무관련성을 너무 좁게 해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청탁금지법은 스승의날에 학생들이 선생님에게 선물하는 것조차 금지할 만큼 폭넓게 적용해 왔다.
수심위 어떻게 진행되나…총장 “임기내 마무리”
수사심의위원회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 공소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및 재청구 여부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각계 전문가들이 법리적 쟁점을 둘러싸고 증거들과 사건 당사자들의 증언 등을 두루 검토하게 된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에 따르면 검찰 수사팀은 심의기일에 30쪽 이하 분량의 의견서를 내야하고, 사건관계인은 현안위원회에 출석해 45분 이내에 사건에 대한 설명이나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이미 신경전은 시작됐다. 서울의소리 측은 성명을 내 수사심의위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구성하고, 최재영 목사가 직접 참여해 진술하게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수사심의위가 '김건희 면죄부' 요식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면 무효를 선언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지검 수사팀 역시 기존 불기소 판단 내용 등을 재검토하며 개진할 의견을 정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지검은 앞서 수사심의위 소집이 결정되자 “검찰총장의 결정에 따른 절차에 충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사심의위원장은 이번주께 150∼300명의 외부 전문가 위원 중 15명의 현안위원을 무작위로 추첨해 선정, 다음달 6일에 심의기일이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심위는 비공개로 개최된 후 당일 늦게 검찰에 전달되기 때문에, 이 총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다음 달 15일 전까지 ‘디올백 사건’에 대한 검찰의 최종 처분이 가능해진다.
‘이태원 참사’ 관련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두고 열린 직전 수심위는 지난 1월 15일 열렸고, 검찰은 나흘 뒤인 19일 기존 불기소 방침을 뒤집고 수심위 권고대로 김 전 청장을 재판에 넘겼다.
이 총장은 “소모적인 논란이 계속되기 때문에 검찰 외부 의견까지 들어서 공정하게 사건을 매듭짓는 게 바람직하다”며 “수사심의위의 전례나 통상적인 운영 과정을 살펴보면 (총장) 임기 내에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검찰 최종 결론후 공수처 판단도 변수
법조계에서는 수심위가 수사팀처럼 불기소 결론을 낼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를 처벌할 근거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같이 마무리되면 야권을 중심으로 특별검사 도입 추진이 급물살을 탈 것을 전망된다. 만약 수심위가 기소 의견을 낸다면, 검찰은 신뢰성에 전례없는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개로 진행되는 공수처의 수사도 주목된다. 공수처 관계자는 “알선수재 혐의 등에 대해 검토 중”이라면서도 “검찰 수사 결과와 수사심의위원회 논의 내용을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공수처는 조국혁신당이 지난 6월 고발한 김 여사 명품가방 사건을 수사2부(부장검사 송창진)에 배당한 상태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알선수재 성립 여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대통령 부인이 명품 가방도 받고 양주도 받고 화장품도 받으면 되느냐’고 묻자 “공수처에는 알선수재로 똑같은 사건이 고발돼 있다”며 이렇게 말한 것이다.
오 처장은 ‘수사가 어느 정도 진행됐느냐’, ‘검찰 수사와 상관없이 수사할 것이냐’는 민주당 김용민 의원 질의에는 “지금 아주 적극적으로 행해지진 않았다”며 “검찰의 처분 내용을 먼저 확인하고, 자체적으로 성실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여사) 소환 조사가 원칙이냐’는 김 의원 질의에 “그렇다”고도 했다.
공수처가 수심위 결론을 따를 지는 미지수다. 검찰도 수심위 의견을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며, ‘권고를 존중’하도록 규정돼 있다. 공수처는 수심위 결론을 주시하겠다고는 밝혔지만, 수심위나 검찰의 처리방향에 영향을 받지 않고 개별적으로 사건을 검토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