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실무 마무리…최종 법리검토와 결론만 남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 변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시간 더 걸릴듯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 만료(9월 15일)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다만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하는 경우가 변수로 지목되고 있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다음 달 12일 예정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항소심 선고 이후 처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영상과 제출한 명품백 동일성 확인…실무자 두번째 소환=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는 이번 주 김 여사를 보좌하는 대통령실 조모 행정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조 행정관 소환은 이번이 두 번째다. 검찰은 전담팀 구성 약 7주 만인 지난 6월 19일 조 행정관을 한 차례 불러 조사한 바 있다.
당시 검찰은 조 행정관을 시작으로 김 여사 주변 인물들 조사를 본격화했고, 지난달 20일에는 서울 종로구의 대통령경호처 시설에서 김 여사를 대면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총장 패싱’ 논란이 불거지며 대검과 중앙지검 간 갈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은 조 행정관을 상대로 김 여사 대면조사 과정에서 나온 진술의 신빙성을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조 행정관은 윤 대통령 취임 초기부터 김 여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온 측근 인사 중 한명이다.
김 여사에게 명품백을 건넨 최재영 목사는 조 행정관이 청탁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고 주장해왔다. 김 여사의 다른 측근인 대통령실 유모 행정관에게 김창준 전 미국 연방하원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을 부탁하자 조 행정관에게 연락이 와 국가보훈부 사무관의 연락처를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최 목사는 통일 TV 송출 재개 관련 청탁에도 조 행정관이 대응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김 여사는 검찰 조사에서 김 전 의원의 국립묘지 안장과 관련한 최 목사의 청탁을 보고받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일TV 송출 재개 청탁에 관해서도 조 행정관에게 무슨 방송국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을 뿐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검찰은 대통령실이 제출한 가방과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전달한 영상속 가방을 정밀분석한 결과 동일한 제품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대통령실이 제출한 가방에 붙은 스티커의 모양과 기포 숫자 등을 영상과 비교한 결과 동일한 제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검찰은 김 여사 측이 제출한 가방에 붙어있던 스티커의 모양 등을 토대로 동일성 여부를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22년 9월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가 백화점에서 문제의 가방을 구매하며 찍은 영상에는 가방 아래쪽 버튼에 투명 스티커가 반쯤 떼어진 모습이 확인된다.
검찰은 제품 일련번호 확인도 시도했으나 제조사 측으로부터 제품 고유번호(시리얼 넘버)는 따로 부여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검찰은 가방에 음각으로 새겨진 알파벳과 번호 분석을 통해 생산공장과 제조연월일을 확인했다.
▶이원석 총장 임기내 결론 나올까= 김 여사 대면조사 및 실무자 소환을 거쳐 가방 전달의 사실관계를 파악한 검찰은 대통령 직무 관련성 등에 대한 법리 검토를 거쳐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배우자의 금품 수수를 금지하면서도 ‘공직자 직무와의 관련성’을 그 조건으로 두고 있으며, 처벌 규정은 없다.
검찰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 분석 및 관련자 진술을 종합한 결과 최 목사가 김 여사에게 선물한 명품백은 직무관련성·대가성이 없고, 청탁이 이뤄진 정황도 불분명하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청탁금지법에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는 것과 별개로, 김 여사가 명품백을 수수한 것 자체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김 여사 조사방식을 두고 특혜 논란이 불거졌던 만큼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사심의위원회를 소집할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고발인인 백은종 서울의소리 대표는 지난 1일 대검찰청에 검찰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한 바 있다.
검찰 수사심의위는 국민적 의혹이 제기되거나 사회적 이목이 집중되는 사건의 수사 계속 여부, 공소 제기 또는 불기소 처분 여부, 구속영장 청구 여부 등을 심의하는 기구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와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등에서 학식과 경험을 갖춘 외부 전문가 위원 150~300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들 중에서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정된 위원 15명이 수사를 계속할 것인지, 기소할 것인지 등을 판단해 수사팀에 권고한다. 따라서 소집이 결정될 경우 외부위원 일정 조율 등으로 인해 사건 처분에 시일이 더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최재훈 부장검사)가 수사하고 있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의 경우 가을까지 처분이 미뤄질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관측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명품 가방 사건과 달리 이 총장에게 수사 지휘권이 없는 데다, 내달 12일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범들의 2심 선고가 나오는 만큼 수사팀으로선 선고 결과를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리려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총장 퇴임식은 다음달 13일로 잡혀있다.
이 총장은 사건 처분과 별개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이 김 여사 조사를 사후 보고한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결정해야 한다. 대검 감찰부는 이 총장의 지시에 따라 사후 보고 경위 등에 대한 진상 파악을 진행 중이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총장이 후임자에게 짐을 넘기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진상파악 문제도 임기 중에 마무리하려 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총장은 임기 내에 김 여사 사건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의지를 여러차례 주변에 피력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