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적자’ 귀환에 친문계 숨고르기
친명계 “당 흔들기보다 힘 합쳐야”
민주당 약세 부울경 역할론도 주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8·15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피선거권을 회복하면서 더불어민주당 내 ‘친문(친문재인) 구심점’ 역할을 맡게 될지 주목된다. 당내 친명(친이재명)계에선 “정권 타도를 위해 힘을 보태야 한다”는 목소리가, 친문(친문재인)계에선 “구심점은 아직 시기상조”란 평가가 나온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독일에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이르면 올해 11월 말 연구활동 종료 후 귀국할 예정이다. 하반기 재·보궐선거는 올해 10월로, 귀국 이후 당분간 전국단위 선거가 없는만큼 김 전 지사의 ‘정치적 재신임’ 시험대는 2026년 지방선거 혹은 2027년 대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안팎에선 김 전 지사의 ‘이재명 대항마’, ‘친문 구심점’ 역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잇는 가교 역할도 가능하니 정서적으로 가까운 분들의 구심점 역할은 상징적으로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야당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사람이므로 당이 힘들 때 힘을 합치고,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쪽 의석이 많이 못 나왔으니 그쪽의 야권 중심축을 맡아줘야 한다”고 했다.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전날 YTN라디오 ‘뉴스파이팅 배승희입니다’에서 “민주당 내에서 차기 대권을 둘러싸고 이재명 독주 체제에서 뭔가 변화가 있을 수 있다”며 “김경수 지사가 연말에 귀국하고 만약에 첫 조사 같은 대권후보 첫 조사 같은 걸 태우면 의미 있는 숫자가 바로 나온다고 저는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친문계는 김 전 지사의 이러한 역할론 대두가 아직은 이르다며 ‘숨 고르기’를 하는 모양새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본인 의지가 중요하지만 복권되자마자 뭘 해보겠다고 나설 때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친문계 의원은 “김 전 지사가 아직 한국에 오지 않았고 당분간은 안 올 거라 지금 당장 뭘 할 수 있는 건 없을 것”이라며 “당장 한국에 들어와 정치적 활동을 할 건 아니기 때문에 (친문 구심점 등) 그런 모든 것들은 상상에 불과한 상황”이라고 했다.
반면, 친명계에선 김 전 지사가 향후 정치 활동에 복귀하더라도 대표직 연임이 유력한 이재명 대표 후보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친명계 핵심 인사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재명 대 김경수’ 구도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다. 그야말로 호사가들이 민주당의 어쨌든 분열을 만들려고 하는 그런 의도”라며 “실질적으로 정치를 다시 하려고 하면 본인 조직이라든가 당원의 지지라든가 또 이런 게 있어야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민주당이 재집권하는 과정에 있어서 나름 좋은 역할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당내 최대 친명계 조직 더민주혁신회의 소속 한 의원은 “이재명 대표도 사면이 필요하단 메시지를 낸 만큼, 친문 구심점으로 이재명 대표나 당을 흔들기보단 힘을 합쳐 윤석열 정권에 같이 맞설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사면안(복권 포함) 재가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저의 일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걸어온 길을 돌아보고, 더 성찰하는 시간을 보내겠다”고 말했다. 김 전 지사는 “복권을 반대했던 분들의 비판에 담긴 뜻도 잘 헤아리겠다”며 “우리 사회를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잘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