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세 지속…7월 3.27% 증가

주담대 일주일새 2.2조, 한달새 6.7조 늘어

은행 잇딴 금리인상에도 아직 약발 안먹혀

연준發 금리하락 기대 등으로 대출수요 여전

김병환 금융위원장 최우선 과제로 부상

5대은행 가계대출 한달새 6.5조 증가, 3년3개월來 최고…김병환 “컨틴전시 플랜 준비”[머니뭐니]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강승연·김광우·홍승희 기자]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지난달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지속하면서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이 벌써 3%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과 은행들이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그널 등 대출 수요를 자극할 리스크가 산재해 있어 우려를 낳고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잔액이 715조8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일주일 새 2조378억원, 전월 말에 비해 6조5077억원 증가한 것이다.

전월 대비 증가폭으로는 2021년 4월(9조2266억원) 이후 3년 3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전월 대비 증가율 역시 올들어 가장 높은 0.92%를 기록했다. 전월 대비 증가율은 3월에 마이너스를 보였다가 4월 0.64%, 5월 0.75%, 6월 0.76% 등으로 넉달 연속 상승세다.

지난달 가계대출이 크게 늘면서 지난해 말과 비교한 가계대출 증가율은 3%선을 넘어 3.27%를 나타냈다. 5대 은행이 연초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내놨던 증가율 목표치는 1.5~2%였다. 금융당국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이내로 관리한다는 게 목표다.

5대은행 가계대출 한달새 6.5조 증가, 3년3개월來 최고…김병환 “컨틴전시 플랜 준비”[머니뭐니]

이러한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0일 기준 558조8710억원으로 전월 말(552조1526억원)에 비해 6조7184억원 불어났다. 최근 일주일 만에 2조2230억원 늘어나는 등 증가세가 가파르다.

주요 은행들이 최근 한 달 새 2~3차례씩 대출금리를 인상하며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아직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초 하나은행, KB국민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 대출금리 인상 릴레이가 이어졌고, 우리은행의 경우 이달 2일부터 대환대출을 포함한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3%포인트 인상하기로 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는 이유로는 금리 인하 기대감과 부동산 거래 회복, 9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2단계 시행 전 막차 수요 등이 꼽힌다. 특히 미 연준이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등 시장에 금리 하락 기대감이 무르익으면서 대출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5대은행 가계대출 한달새 6.5조 증가, 3년3개월來 최고…김병환 “컨틴전시 플랜 준비”[머니뭐니]
김병환(오른쪽) 금융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임세준 기자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은행이 6월에 취급한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3.708%로 전월(3.914%)과 비교해 0.20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1년 11월(3.642%) 이후 약 2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대출금리 3%대 주택담보대출 취급 비중도 평균 90% 이상으로, 대부분 3%대 금리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은행의 경우, 주택담보대출 취급분의 97.5%에 3%대 금리가 적용됐다. 주요 시중은행 가운데 대출금리 수준이 가장 높았던 농협은행도 주택담보대출의 74.9%에 3%대 금리를 적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 수요를 조절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시장금리 하락으로 인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고정형 주택담보대출 금리 산정 기준이 되는 은행채(AAA·무보증) 5년물 금리는 최근 한 달 간 0.2%포인트 떨어지며 3.2%대에 머물고 있다.

이에 가계부채 관리는 김병환 신임 금융위원장의 최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취임사에서 “금융시장 안정은 가장 중요한 임무”라며 “가계부채의 경우 금리 인하 기대, 부동산 시장 회복 속에서 리스크가 확대되지 않도록 치밀한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사전에 준비하는 등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관리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대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시 김 위원장이 테이블 위에 특단의 대책을 꺼내놓을 가능성도 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주택 거래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앞으로 대출은 더욱 활발히 일어날 거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집값이 상승할 거란 기대감이 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을 이겨내고 있다”며 “금리를 올린다고 사람들이 대출을 덜 받지는 않을 거란 얘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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