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코인사기범 금품 수수', '허웅 전 연인 허위사실 유포'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유튜버 카라큘라(본명 이세욱)가 10여년전 수십장의 '성범죄 불법 촬영물'을 유포해 현재까지 피해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망의 부실로 처벌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카라큘라가 2011년 '방배동싸이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며 올린 게시물들이 남아 있다.
그 중 일부 게시물은 여성을 불법 촬영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진이 수십장 첨부돼 있다.
숙박업소에서 여성의 알몸을 흐릿하게 찍은 사진이나, 속옷이 노출되도록 찍은 사진 등이다.
심지어 해수욕장, 야외 등 공공장소에서 수영복이나 짧은 치마 차림의 여성들을 몰래 촬영한 것으로 보이는 사진도 여러장 있다. 피해자가 그와 인연이 없는 불특정 일반인일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사진의 얼굴 부분은 모자이크 처리되는 등 드러나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몇장은 얼굴까지 나온 것도 있다.
카라큘라는 그같은 사진을 올리며 "이런 사진 함부로 올리면 안되는 건가요. 안 되면 안 된다고 어디 한번 당당하게 말씀해보세요"라고 적었다.
해당 사진을 그가 직접 촬영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일부는 그가 찍었을 수도 있고, 일부는 온라인 상에 떠도는 사진을 재유포한 것일 수 있다. 그러나 그같은 사진을 단순히 소지하거나 재유포하는 것만으로도, 성폭력처벌법 14조에 따라 7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는 범죄가 된다.
다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기는 몇가지 걸림돌이 있다.
첫째는 그가 한 일들이 친고죄(피해자가 직접 고소해야 처벌할 수 있는 죄)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성범죄는 2013년 6월 친고죄에서 배제됐는데, 그 전에 일어난 범죄에 대해서는 친고죄가 적용된다. 즉 피해자가 직접 피해사실을 인지하고 고소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둘째는 공소시효다. 불법 촬영물 유포의 공소시효는 7년인데, 그가 한 일은 이미 13년이 지났다.
문제는 그가 범행한 시점으로부터 많은 시간이 지나기는 했지만, 사진이 온라인 상에 계속 남아있기 때문에 피해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가 과거 한 일이 최근 주목받으면서 오히려 피해는 예전보다 지금 더 크다고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법적으로는 이같은 경우를 상태범(범죄 행위 자체는 이미 종료됐지만 위법한 상태는 계속 남아 있는 범죄)이라 한다. 공소시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처벌 필요성이 감소하기 때문에 두는 것인데, 불법 촬영물 유포는 시간이 지나도 피해가 계속될 수 있다.
이같은 문제는 이전부터 지적돼 왔던 것들이며, 공소시효를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나온 바 있다. 그러나 N번방 사건을 계기로 미성년자에 대한 범죄만 공소시효를 배제했을 뿐, 성인 대상 범죄는 현재까지 공소시효를 두고 있다.
누리꾼들은 카라큘라의 이중성을 비판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BJ 성착취 사건을 폭로하며 많은 지지를 받은 바 있는데, 오히려 그가 불법 촬영물을 유포하고, 왜곡된 성의식에 물든 글을 온라인에 쓰는가 하면, 해외 원정 성매매까지 했다는 의혹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카라큘라는 '유튜버 쯔양 협박 의혹'이 터진 이후 최근 연달아 고소고발에 휘말렸다. 한 건은 코인 사기로 구속된 BJ수트로부터 사건 폭로를 무마해주겠다는 조건으로 3000만원을 갈취했다는 혐의다. 다른 한 건은 농구 선수 허웅의 전 연인이 유흥업소 출신이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혐의다. 쯔양도 카라큘라에 대한 고소를 검토 중에 있는데, 카라큘라는 쯔양 협박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