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초저출산 문제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심각한 인구감소 위기에 직면해 있는데, 지구상 소멸 1위 국가로 꼽힐 정도다.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72명. 그해 4/4분기엔 최저인 0.6명대(0.65명)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같은 심각한 저출산은 비단 노동력 감소나 사회제도 유지 뿐 아니라 국가의 근간을 흔들어버릴 정도다. 한마디로, 교육·국방·경제·복지·노동 등 사회 전 분야의 지속가능성이 암울해지는 것이다.
그럼 저출산의 원인은 대체 뭘까? 세금정책 변화를 빼놓고 말하긴 힘들다는 한 연구 결과가 있어 눈길이 간다.
올해 초 안테보르타 파운데이션(Antevorta Foundation)이 발표한 ‘대한민국의 출산율 저하와 세금정책’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세금정책과 저출산 사이에는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한다.
논문은 높은 세금부담이 가계의 경제적 불안감을 높이고, 가처분소득을 줄여 자녀 양육에 대한 부담감을 키울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저출산을 야기한다고 봤다. 자녀 세액공제나 양육수당 등의 정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소득세 인상과 부가가치세 도입 등의 세금정책은 이와 반대효과를 가져온다고 주장한다.
세금은 사회유지의 필수요소로, 공공서비스와 사회안전망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준다. 그런데 저출산으로 인해 세수부족이 예견되면 세금 증가는 불가피한 선택이 된다.
높은 세금부담은 가계의 경제적 불안을 높이고 가처분소득을 줄여 자녀 양육부담도 높인다. 세금제도의 구조와 설계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자녀 세액공제나 양육수당 같은 정책은 출산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가정에 불리하거나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세금정책은 그 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국의 초저출생 현상은 세금정책과 출산율 사이의 높은 연관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197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감소해 온 한국의 출산율에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 중에서도 세금제도의 변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1970년대 중반 한국은 급속한 산업화와 경제발전 과정에서 여러차례 세제개혁을 단행했다. 소득세율 인상, 부가가치세 도입, 기업 및 개인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 변경 등이 있었다. 이는 교육비 상승 및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와 맞물려 저출산 현상을 가속화했다.
소득세 인상과 부가가치세 도입은 양육비부담을 특히 가중시켰다. 당시 세금제도는 자녀가 있는 가정에 대한 충분한 혜택이나 지원을 제공하지 않아 부모의 경제적 고통을 더했다. 이후 교육비 상승,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와 같은 사회경제적 요인과 맞물려 한국의 출생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한국의 이런 경험은 인구 변화를 고려한 세금정책의 필요성을 웅변한다. 정책 입안자들은 세금제도의 변화가 개인과 가정의 의사결정 및 행동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여기에는 자녀 출산 결정도 포함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최근 자장면, 라면부터 교통비, 주택관리비 등의 생활물가는 멈추질 않고 오른다. 여기에 커피와 같은 기호식품의 가격 인상, 담배와 술에 붙는 세금인상까지 고려된다면 국민들의 생활부담은 가중된다.
세금정책은 이처럼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므로 신중을 기해 설계돼야 한다. 단기적 효과보다는 장기적 안목을 가지고 접근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세금인상에 따른 경제적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방향을 가야 국민들은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세금과 출산율의 관계는 이처럼 여간 복잡한 게 아니다. 한 국가의 경제 및 사회 유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직·간접적 효과가 분명 존재한다. 한국의 세금제도 변경이 의도치 않게 출산율과 인구문제를 타격한 것처럼 말이다.
이는 저출산의 해결책을 모색할 때 세금제도를 적극 포함할 것을 요구한다. 인구문제를 고려해야 할 뿐 아니라 경제성장과 생활안정 사이의 균형을 이루도록 보다 포괄적이고 효과적인 세금정책을 설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