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2Q EPS 0.52달러…전년比 -42.39%·월가 예상치比 -16.13%
로보택시 공개, 8월서 10월로 연기…“도조 개발 위한 엔비디아 GPU 공급 차질”
‘신저가’ 행진 韓 2차전지株에 테슬라 부진도 부담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서학개미(서구권 주식 소액 개인 투자자)들의 원픽(최선호주) 테슬라의 올해 2분기 실적과 자율주행·인공지능(AI) 등 미래 먹거리에 대한 청사진을 확인한 투자자들의 마음이 차갑게 식은 모양새다. 매출은 늘었지만 순이익이 예상치를 크게 밑돈 데다, 기대했던 자율주행 기술에 대한 공개 시점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다.
글로벌 전기차 대장주 테슬라에 대한 투심 악화는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전기차 전환 속도 둔화와 전기차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11월 미 대선 승리 가능성이란 ‘원투펀치’를 맞은 국내 주요 2차전지주(株)에 대한 투심에도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단 우려가 커진다.
월가 예상마저 밑돈 테슬라 수익성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3일(현지시간) 테슬라는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올해 2분기 주당순이익(EPS)이 0.52달러(약 721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년 전 0.91달러 대비 42.39% 하락한 것은 물론, 금융정보업체 LSEG가 집계한 미 월가 애널리스트들의 평균 예상치 0.62달러보다도 16.13% 밑돈 수준이다.
일반회계기준(GAAP) 순이익은 14억7800만달러(약 2조492억원)로, 작년 동기보다 45%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33% 줄어든 16억500만달러(약 2조2253억원)를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4개 분기 연속으로 감소세를 이어갔다.
2분기 영업이익률은 6.3%로, 작년 동기(9.6%)보다 3.3%포인트 낮아졌다. 조정된 상각전 영업이익률(EBITDA margin)은 14.4%로, 1년 전(18.7%)보다 4.3%포인트 떨어졌다.
테슬라 측은 수익성이 줄어든 요인으로 가격 인하와 판촉을 위한 금융 혜택 제공 등에 따른 차량 평균 단가(ASP) 하락과 구조조정 비용, AI 프로젝트에 투입된 비용 증가 등을 꼽았다.
비록 올해 2분기 매출이 255억달러(약 35조3558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249억7200만달러, 약 34조6237억원)은 물론 미 월가 예상치(247억7000만달러, 약 34조3436억원)보다 각각 2.11%, 2.95% 웃돌았지만 투자자들의 시선은 감소한 수익성에 집중됐다.
‘미래 먹거리’ 부진에 실망한 투심
투자자들의 실망이 더 컸던 부분은 테슬라의 자율주행 등 AI 관련 부문의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실적 발표 후 이어진 ‘어닝콜’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율주행 택시 ‘로보택시’ 기술 공개 일정이 오는 10월 10일로 정해졌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알려졌던 공개일 8월 8일보다 두 달 가량 늦춰진 것이다. 머스크는 “중요한 변화와 수정 과정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테슬라가 운영 중인 슈퍼 컴퓨터 ‘도조’의 능력 향상 과정에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점도 머스크는 시사했다. 그는 “(AI 개발에 필수적인)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너무 많아 테슬라가 필요한 GPU를 공급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호재가 될 만한 테슬라의 성과에 대한 언급도 어닝콜에선 나왔다.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FSD)에 대한 타기업의 관심이 늘고 있으며, FSD 감독형(supervised)에 대한 유럽·중국 규제 당국의 승인 절차가 연말까지 완료될 것이라고도 머스크는 말했다. 여기에 사이버트럭에 대한 생산에 박차를 가함으로써 연말까진 수익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도 했고, 저가형 전기차 ‘모델2’ 생산을 내년 상반기엔 시작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23일(현지시간) 테슬라 주가에선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그대로 드러났다. 장중 2.04% 하락한 246.38달러에 장을 마친 테슬라 주가는 실적 발표와 어닝콜 후 시간외 거래에선 6.5%나 하락했다.
이 같은 주가 하락세가 최근 강세를 보여온 테슬라 주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사다. 지난 4월 22일 142.05달러까지 떨어졌던 테슬라 주가는 지난 10일 263.26달러로 85.33%나 상승한 바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의 테슬라 주식 보관액은 139억9010만달러(약 19조3903억달러)로 종목별 순위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 22일 기준으로 올 들어 국내 투자자의 테슬라 순매수액은 7억6925만달러(약 1조662억원)로 엔비디아(13억4009만달러, 약 1조8574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를 기록 중이다.
‘신저가’ 행진 韓 2차전지株에 테슬라 부진도 부담
테슬라에 대한 투심 악화는 국내 2차전지 섹터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최근 들어 2차전지 종목들은 연일 ‘52주 신저가’ 기록을 경신 중이다.
전날 종가 기준 LG에너지솔루션(32만6000원), 삼성SDI(33만5500원), LG화학(31만2500원), 엘앤에프(11만4200원)는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포스코퓨처엠(23만4000원)도 작년 11월 1일(23만3500원) 기록한 52주 신저가 기록에 다가서는 중이고, 에코프로비엠(17만9000원)도 지난달 27일(17만8000원) 세웠던 52주 신저가까지 1000원만을 남겨두고 있다.
최근 1주간(16~23일) LG에너지솔루션(-9.07%), 삼성SDI(-11.13%), LG화학(-12.95%), 엘앤에프(-14.46%), 포스코퓨처엠(-12.85%), 에코프로비엠(-7.92%) 등 주요 2차전지주의 주가 흐름은 모두 급격한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취임 첫날 전기차 의무화를 폐기하겠다”고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세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대신 민주당 대선 주자로 나설 것으로 확실시되는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의 급부상에 꺾이는 추세지만, 전기차 업계 자체적인 ‘캐즘’ 장기화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과 글로벌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가 미국에 짓고 있는 전기차 배터리 3공장 건설이 일시 중단됐다. GM은 앞서 올해 전기차 생산량을 이전보다 5만대 적은 20만~25만대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테슬라마저도 이날 어닝콜에서 멕시코 공장 신축 계획을 중단하고 “미 대선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유보한 점도 2차전지주엔 악재로 꼽힌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정부 1기 때 연비 규제를 사실상 폐지한 효과로 전기차 판매가 2년간 역성장했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시 임기 내 전기차 판매 예상치를 추가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정원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업체도 북미 현지 배터리셀 생산능력 투자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고, 소재업체들의 중장기 투자계획 변경도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