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장 사과로 봉합국면에서 돌발변수
감찰진행·사건처분 따라 갈등 커질수도
[헤럴드경제=윤호 기자]이원석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의 김건희 여사 조사에 대한 진상파악 지시를 내리며 ‘총장 임기 완주’ 의지를 공고히 한 가운데,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수사한 검사가 진상조사에 반발해 사표를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창수 중앙지검장의 사과로 검찰 내부 분위기가 진정될 것이란 전망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김승호 부장검사)에 파견돼 김 여사의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를 수사하던 김경목 부부장검사(사법연수원 38기)가 전날 사표를 제출했다.
김 부부장검사는 대검찰청이 ‘총장 패싱 논란과 관련해 진상 파악에 나섰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사건을 열심히 수사한 것 밖에 없는데 감찰 대상으로 분류한 것에 화가 나고 회의감이 든다”며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사전 보고 없이 김 여사를 소환조사한 데 대해 전날 이창수 지검장으로부터 경위를 보고 받았다. 이 총장의 질책을 받은 이 지검장은 자체 판단으로 제3의 장소 조사를 진행한 경위를 설명하고, 여러 차례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대한 총장 지휘권이 배제됐기 때문에 위법적인 상황을 피하기 위해 보고가 늦어졌다는 불가피한 상황을 설명하되 총장과 정면충돌하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지검장은 지난 20일 김 여사를 서울 종로구 창성동에 있는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로 불러 조사하면서, 김 여사가 출두한 지 10시간이 지난 밤 11시 10분쯤에야 이 총장에게 조사 사실을 보고한 바 있다.
이 총장은 이후 대검에 진상 파악을 지시했다고 한다. 이는 이 지검장으로부터 보고받은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차원으로, 감찰 착수 단계는 아니라는 것이 대검 설명이다. 감찰까지 나아갈 경우 내홍만 더욱 격화할 수 있어 총장의 공개 질책과 지검장의 사과 선에서 일단 상황을 봉합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검찰 일각에서는 ‘보고 누락’에 대한 감찰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어 진상 파악 결과에 따라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은 있다. ‘검찰 보고 사무 규칙’에는 피의자의 신분과 사건의 성격 등 언론에 크게 보도된 ‘사회의 이목을 끌 만한 중대 사건’에 대해 법무부 장관과 상급 검찰청의 장에게 서면 보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여사 사건 처분 결과가 또 다른 갈등의 불씨로 작용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현재로서는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의 처분이 먼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사건 자체의 쟁점이 복잡하지 않은 데다 김 여사를 비롯해 대통령실 행정관, 최재영 목사 등 사건 관계인 조사를 모두 마쳤고, 명품 가방 실물 확인 절차만 남겨뒀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의 경우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의 항소심 선고가 오는 9월로 예정돼 있어 김 여사 사건 처분 시기가 다소 유동적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2년 2개월이나 총장 역할을 한 제가 이 자리에 무슨 여한이나 미련이 남아 있겠느냐”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최선을 다해서 하고, 부족하다고 하면 그때는 제 거취에 대해서 판단해 보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사퇴 등 ‘중대 발표’ 전망이 나왔지만, 대검에서는 임기만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