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SK E&S 17일 이사회서 양사 합병안 논의
SK에코플랜트 18일 에센코어 등 인수 방안 의결
알짜회사 결합 통해 배터리·친환경 사업 경쟁력 강화
SK온·SK엔텀·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통합도 논의 중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SK그룹이 진행 중인 사업 구조 최적화(리밸런싱) 작업에서 세부적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SK온과 SK에코플랜트에 우량 계열사를 각각 붙이면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알짜 친환경 사업 역량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SK가 보유한 계열사가 여전히 200개가 넘는 만큼 리밸런싱 작업은 계속 이뤄질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17일 SK이노베이션, SK E&S 이사회를 시작으로 18일에는 양사 최대 주주인 SK㈜ 이사회를 거쳐 SK이노베이션과 SK E&S 합병안이 추진될 예정이다.
아울러 SK그룹 건설 계열사인 SK에코플랜트는 18일 이사회를 열고 에센코어와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인수 방안을 의결한다. 에센코어는 SK㈜ 산하 반도체 가공·유통 회사다.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는 SK머티리얼즈의 산업용 가스 회사다.
관련 업계에서는 일련의 사업 재편이 SK의 미래 먹거리인 배터리 재무 구조를 개선하고 친환경 사업 중 옥석을 가리기 위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인 SK온은 전기차 배터리를 양산,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에 공급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건설사이지만 최근 2~3년간 친환경 분야에서 공격적인 투자를 해왔다. 2022년에는 1조2000억원을 투자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리사이클링 전문 기업 테스를 인수키도 했다.
문제는 SK온, SK에코플랜트 모두 대내외적 변수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SK온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경우 꾸준히 흑자를 달성하고 있지만, 계속된 인수합병(M&A) 및 투자로 재정적 부담이 커지고 있다. 올해 3월말 기준 SK에코플랜트의 부채비율은 245.3%에 달한다. 위험 수준의 마지노선인 200%를 훌쩍 넘는다는 평가다.
자금 조달 능력이 악화됐음에도 SK온, SK에코플랜트는 계획한 신공장 구축에 막대한 현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다. SK온은 올해에만 7조5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미국 폐배터리 재활용 전문 기업인 어센드엘리먼츠와 손잡고 미국 켄터키주에 폐배터리 재활용 공장 구축을 진행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SK가 선택한 카드가 바로 ‘알짜회사 붙이기’다. 수익성이 높은 회사와의 합병을 통해 SK온, SK에코플랜트의 자금 조달 능력을 키우는 것이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과 합병을 앞두고 있는 SK E&S는 도시가스 사업 등을 통해 매년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2022년과 지난해에는 2년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돌파에 성공했다. SK에코플랜트 자회사로 편입되는 에센코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역시 매년 꾸준한 실적을 달성하고 있다. 에센코어,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590억원, 653억원이다.
SK의 리밸런싱 작업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사업 재편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지만, SK가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수는 200여개로 다른 기업과 비교했을 때 여전히 압도적으로 많다.
SK이노베이션은 SK온과 원유 석유제품 트레이딩 기업인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탱크터미널 사업을 하는 SK엔텀을 합병하는 방안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576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출범한 SK엔텀은 시황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적게 받는 탱크 터미널 사업을 하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평가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