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들, 달러화 강세·국채금리 상승 가속화 전망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피격 사건이 오히려 글로벌 금융투자 시장에는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이전에도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국채 금리가 상승하는 등 트럼프의 당선에 베팅하는 거래가 많았지만, 이번 주에는 이런 흐름이 더 강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은 밴티지 포인트 자산 관리의 닉 페레스 최고투자책임자가 지난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당시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 이후 그의 지지율이 급등한 사실을 인용하며 “이번 선거는 압승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트럼프는 언제나 더욱 ‘친시장적’이었다”면서 “앞으로 예상되는 핵심 문제는 재정 정책이 계속 무책임한 상태로 느슨하게 유지되는지, 그리고 이것이 인플레이션을 재발시키는지와 향후 금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이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더 매파적인 무역 정책과 규제 완화를 예상한다.
내년에 만료되는 법인세와 개인소득세 감면 기간도 연장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재정 적자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뉴욕 탈바켄 캐피털의 마이클 퍼브스 최고경영자(CEO)는 트럼프의 승리가 미국 국채 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내국세를 내리고 관세를 올리며 불법 이민자 추방 등의 공약을 이행할 경우 금리상승은 불가피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트럼프가 승리해 공약대로 정책을 이행할 경우 채권시장에서는 상당한 매도세가 나올 것”이라면서 “올해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이 선거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LPL 파이낸셜의 퀸시 크로스비 수석 글로벌 전략가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에 달러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이번 사건으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면 다시 상승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정치인 등에 대한 테러 위협이 높아지는 시나리오가 전개된다면 주식 시장은 크게 하락해 연준이 유동성을 제공해야 할 수도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다.
시카고 크레셋 캐피털의 잭 애블린 최고투자책임자는 “정치적 폭력은 완전히 새로운 수준의 잠재적 불안정성을 가져온다”면서 “변동성이 커질텐데 시장은 이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번 암살 시도는 아마도 ‘강한 트럼프’의 이미지를 강화할 것”이라면서 “채권 시장에서는 대선 토론 직후와 같은 상황이 다시 나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지난 20년 동안 5번의 대선을 거치면서 기업 경영인들의 자신감이나 소비심리, 특히 중소기업들의 경영 전망은 민주당이 승리했을 때보다 공화당이 이겼을 때 더 호의적으로 바뀌었다”면서 “심리 개선은 지출과 투자 증가로 이어지는 만큼, 트럼프의 승리는 실질적인 정책 변화 없이도 일부 기업의 수익 전망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총격 사건이 주식 시장에는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인터액티브 브로커스의 스티브 소스닉 수석 전략가는 “주식 투자자들은 기업 매출이나 수입, 현금 흐름 등에 명확하게 영향을 미치는 이벤트가 아니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면서 “이번 사건도 그럴 것”이라고 봤다.
국내 증권가에서도 이번 사건이 국내 금융투자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해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환율 시장의 부담은 더 높아질 것”이라며 “오는 25일 발표되는 2분기 경제 성장률이 부진할 경우 한국은행의 8월 소수의견은 개진될 수 있지만, 환율 시장을 고려한다면 금리 인하는 11월에나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시장은 금리 인하를 상당 부분 반영한 가운데, 한은 총재도 현재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과도하다고 언급했다. 작년 5월과 같은 한은의 채권 시장 개입 여부 확인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