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식 품목 8년간 40~50% 상승
공무원 식비규정들은 물가 못 따라가
“5만원 되면 가격 등락 동시 벌어질 것”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최근 여당이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식사비 한도를 3만원에서 5만원으로 올릴 것을 정부에 제안했다. 현행 식사비 제한이 급격히 오른 물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3만원이라는 식사비는 정말 물가 상승을 반영하지 못하는 액수일까?
우선 이 식사비에는 점심 등 밥값과 주류, 다과, 음료 등이 포괄적으로 적용된다. 현재는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가 서울 도심에서 2만원 상당의 삼계탕을 먹고 카페에서 케익 한 조각과 커피 한 잔을 먹었을 경우 총액이 3만원을 넘으면 안 된다.
지난 8년 동안 외식 물가가 급격히 오른 것은 맞다. 외식비 상승을 판단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인 한국소비자원 참가격 통계에 따르면 2016년 대비 2024년 주요 외식 물가(각 6월 기준)는 40~50%가량 올랐다. 대표적으로 김치찌개백반은 5654원에서 8192원으로 45%, 자장면은 4731원에서 7308원으로 54% 상승했다. 8년 전 3만원으로 김치찌개를 먹을 수 있는 인원이 5명이었다면 이제 3명이 된 셈이다. 냉면과 비빔밥 역시 각각 2000원 넘게 올라 이제 모두 1만원이 넘는다. ‘여의도에서 가장 싼 식당’으로 불리는 국회 구내식당마저 지난달부터 식권 가격을 4200원에서 4800원 14.3% 인상했다. 2016년(3300원) 대비 45%나 오른 셈이다.
한국은 2022년 5.1%라는 가파른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찍은 후 계속 높은 외식 물가를 유지하고 있다. ‘런치플레이션’ 속에서 식비 현실화 측면에서 공무원과 관련된 금액 규정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 6일 전국공무원 노동조합들은 결기대회를 열고 ‘점심값 1만원을 위한 정액 급식비 8만원 인상’을 주장하기도 했다. 공무원의 식비는 준정부기관, 공기업 등 준용되는 범위가 넓어 일반적으로 물가 변화에 비해 비교적 느린 속도로 인상돼 왔다.
고정 수당에 해당하는 정액급식비는 2005년 13만원에서 15년 후인 2020년 14만원으로 인상된 후 아직 제자리이다. 공무원의 여비상 식비는 지난해 3월, 2만원에서 2만5000원으로 25% 올랐는데 이는 2006년 1월 개정 이후 17년 만의 인상이었다.
자영업자 등 외식업계는 식사비에 주류, 다과, 음료 등이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금액 상향이 소비 진작에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법 시행 이후 소비 침체에 따라 한도가 바뀐 선물(5만원→10만원, 2017년), 농축수산물 선물(10만원→15만원, 2023년 8월) 등 완화 정책과 달리 식비 제한이 풀리지 않아 영업 활동에 제약을 겪었다는 입장이다.
식비 상한선을 두고는 시각차가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전국 외식업체 134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청탁금지법 식비 한도 및 경영 실태 조사에 따르면 업체들이 생각하는 식비의 적정 상한액은 평균 8만3936원이었다. 현행의 약 2.8배에 달한다. 자영업자들은 그간 급격한 물가 상승과 최저임금, 에너지 비용, 식재료 상승 등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식비 한도가 5만원으로 상향될 경우 식당별로 가격을 낮추거나 올리는 현상이 동시에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3만원대 전후로 몰렸던 메뉴 가격이 5만원에 맞춰 오를 가능성이 있다”며 “5만원을 초과했던 메뉴는 4만9000원으로 내린 새로운 ‘김영란 정식’도 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기존 3만원 액수 때문에 물가 상승 부담에도 금액을 못 올렸던 식당을 보호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실과 동떨어진 가격 제한은 오히려 편법이나 본의 아닌 불법을 저지르게 하는 역효과를 부르기도 한다”며 “물가라는 건 변화하기 때문에 식사비는 동결이 불가한 부분”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