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인프라 부족 이산가족 양산 전 가족 이주는 25.3%에 불과…서울에 남아 애키우는 고단한 아빠
# 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는 정기준(43ㆍ가명) 씨는 매일 아침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 딸의 아침밥을 챙긴다. 지난해 아내가 다니는 공공기관이 정부의 지방 혁신도시 이전계획에 따라 경북 김천으로 내려가면서 아내와 주말부부가 됐기 때문이다.
이들 부부는 한창 예민하게 크는 딸들을 대구에 내려보내 엄마 손에 키우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교육여건이 좋은 서울을 포기할 수 없었다.
결국 정 씨는 예전보다 한시간씩 일찍 일어나 아이들 밥을 챙길 뿐 아니라 저녁에도 술자리를 피해 퇴근과 동시에 집으로 돌아와 아이들을 보살피느라 ‘즐겁지만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부청사 세종시 입주와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이 기러기아빠 뿐 아니라 기러기엄마를 다수 만들어 내면서 정씨처럼 서울에 남아 일과 양육을 동시에 해내는 아빠들이 늘고 있다.
수도권의 과도한 집중을 해소하고 낙후된 지방 경제를 활성화하는 등의 취지로 추진된 혁신도시지만 아직은 지방의 취약한 교육여건, 문화생활 등 인프라 부족이 이같은 신종 기러기족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1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혁신도시로 이전계획이 세워진 115개 공공기관 가운데 지난해말 현재 67개가 이전을 마쳤다. 하지만 지난해 7월 기준 이전을 마친 공공기관 직원 7725명 중 가족과 함께 지방으로 이주한 건 1951명(25.3%)에 불과했다. 출퇴근을 하는 통근자는 752명(9.7%)이었고, 대다수를 차지하는 5022명(65%)는 나홀로 이주였다.
전국 공공기관의 여성임직원 비율이 30%에 달하는 것에 비춰보면(고용노동부 산하 노사발전재단 2013년 기준 통계) 나홀로 이주한 5022명 가운데 최소한 수백명 이상은 기러기아빠가 아니라 기러기엄마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결국 서울 등 수도권에 아빠 혼자 남아 아이들을 교육시키고 살림까지 하는 남편들을 만들어 낸 것이다.
공사에 다니는 아내를 지방으로 보내고 서울에서 홀로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박승환(46ㆍ가명) 씨는 “주말부부가 되면서 아내의 잔소리로부터는 해방됐지만 아이들까지 챙기느라 파김치가 되는게 일상”이라면서 “빨래는 와이프가 올라오는 주말로 미뤄둘 정도로 살림은 거의 신경을 못 쓰고 있다”며 힘겨움을 토로했다.
엄마들도 마음이 편치 않은 건 마찬가지다. 울산의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한 여성 과장은 “중고등학생인 두 아들이 사춘기인데 아빠한테 맡기고 홀로 내려와 아이들 걱정에 일이 제대로 손에 안잡히는 날이 많다”면서 “아이들과 휴대폰으로 자주 연락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엄마가 옆에서 챙길때 보다는 많이 풀어지는 것 같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며 한숨을 내셨다.
배두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