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민 희망 주고 갈등 조정해야”

연말 귀국 후 역할 질문에는 즉답 피해

민주, 내주 ‘당대표 사퇴 시한 변경’ 확정

이재명 ‘연임’ 한발짝 더…‘친문 적자’ 김경수의 ‘마이웨이’[이런정치]
출국하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14일 인천공항에서 이동하고 있다. 영국에서 유학 중인 김 전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참석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상현 기자] “정치는 국민들에게 희망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갈등의 조정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14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영국 출국길에 기자들과 만나 “과연 우리 정치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하는 점에 대해서 정치인의 한 사람으로서 저도 깊이 성찰해야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전 지사는 “그런 역할을 잘해 나가고 있는 나라들을 찾아보고 우리와 무엇이 다른지 그런 것들을 깊이 있게 고민하고 연구해 보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지사는 영국 생활을 마무리하고 독일로 가, 연말께 귀국할 예정이다.

김 전 지사는 당 안팎으로 ‘비명(비이재명)계 구심점’이 될 인물이란 평가를 받으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잠재적 대항마로도 거론된다. 김 전 지사는 지난해 8월 영국 런던정경대 방문 교수 활동을 위해 출국했다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15주기 추도식 참석을 위해 지난달에 일시 귀국했다. 김 전 지사는 국내에 머무는 동안 경남 양산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하고, 문 전 대통령과 함께 이재명 대표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와 회동하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연말 귀국 후 역할이나 계획’을 묻는 말에 “그건 귀국 이후에 말씀을 드려야 되지 않겠나. 지금 오히려 나가는 마당에 다시 들어온 뒤에 뭘 할 거라는 말씀을 드리는 건 맞지 않는 거 같다”며 즉답을 피했다.

김 전 지사는 그러면서 “지금 여전히 영국에서부터 해 나가고 있는 공부가 진행 중이고, 한국에 여러 가지 문제들을 바깥에서 새로운 시각으로 해결책들을 찾아 나가는 그런 제 나름대로의 노력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전 지사의 이번 일시 귀국은 이 대표의 ‘일극 체제’가 더욱 굳어가고 ‘친문(친문재인)’ 세력의 힘이 빠지는 시점인 만큼 더욱 주목을 받았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대표직 연임과 이어지는 당 대표 사퇴 시한 변경 관련 당헌 개정안을 당무위원회에서 의결했고, 다음 주 중앙위원회를 열어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당헌 개정이 확정되면,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 대표의 ‘1년 전 사퇴 시한’을 당무위 결정에 따라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이 대표는 향후 전당대회에서 연임에 성공할 경우, 2026년 지방선거의 공천권 행사와 더불어 2027년 3월 대선 준비까지 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친문 세력의 약화는 문 전 대통령까지 직접 나선 ‘김정숙 여사 특검 공방’에서도 포착된다. 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순방을 두고 여권에선 특검법까지 발의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이에 대해 전면적인 맞대응 없이 “대응할 가치가 없다”며 소극적인 모양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이자 문재인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김 전 지사는 ‘친문(친문재인) 적자’로도 꼽힌다. 2016년 20대 총선에선 ‘낙동강 벨트’로 불리는 경남 김해을에 출마해 당선됐고, 2018년 지방선거에선 민주당 소속 첫 경남도지사로 선출됐다.

하지만 김 전 지사의 대권가도는 포털사이트 여론을 조작한 ‘드루킹 사건’으로 위기를 맞았다. 대법원은 2021년 김 전 지사의 징역 2년을 확정했고, 김 전 지사의 피선거권도 사라졌다.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은 3년 이하 징역·금고에 대한 형 실효기간을 형 집행 종료나 면제 이후 5년으로 정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윤석열 대통령이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을 단행했지만, 복권은 하지 않아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3월 대선엔 여전히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