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팀쿡의 애플에 대한 기대는 역시 무리인건가”, “소문난 잔치에 먹을건 없었다” vs “다행히 오픈AI와 손잡고 시리를 똑똑하게 만들었는데, 이건 호재 아닌가요?”
애플이 자체 인공지능(AI) 플랫폼인 ‘애플 인텔리전스’를 공개했지만 주식 시장의 반응은 ‘싸늘함’에 가까웠다. 이날만 주가가 2% 가까이 급락하면서 시가총액 2위 자리를 엔비디아에게 내줬기 때문이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10일(현지시간) 미 뉴욕증시에서 애플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91% 급락한 193.12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로써 애플의 시총도 2조9610억달러(4074조원)로 하루 만에 다시 3조달러 선 아래로 내려 앉았다. 시총 2위 자리로 이날 주가가 0.75% 오른 엔비디아(2조9958억달러, 4122조원)에 내주고 말았다.
10일(현지시간) 애플은 미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있는 애플 파크 본사에서 연례 세계 개발자 회의(WWDC) 2024를 개최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을 구동하는 사자 기기 운영체제(OS)에 AI 기능을 본격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애플은 자체 AI 시스템을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라고 소개했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텍스트를 요약하고 이미지를 생성하며 사용자가 필요할 때 가장 관련성 높은 데이터를 검색하는 데 도움을 준다. 애플은 이런 AI 기능이 온디바이스 형태로 제공되며, 개인정보를 따로 수집하지 않고도 수행한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새로운 아이패드 OS에서 애플 펜슬로 계산식을 넣으면 AI가 알아서 계산해주고, 이용자가 원하는 이모티콘을 생성하고 글을 토대로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생성 AI 기능 등을 시연했다.
애플은 특히, 오픈AI와 파트너십을 통해 자체 음성 비서 ‘시리(Siri)’에 챗(Chat)GPT를 접목한다고 밝혔다. 시리는 2011년 처음 공개한 음성 비서로, 10여년 만에 생성형 AI를 탑재해 '더 똑똑한' 대화형 AI 비서로 업그레이드된다.
애플은 “시리는 일일 요청 건수가 15억건에 달하는 지능형 AI 비서의 원조”라며 “올해 말 챗GPT-4o가 통합되며, 다른 AI 기능도 추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챗GPT-4o는 오픈AI가 지난달 발표한 챗GPT 최신 버전이다. 사람처럼 음성으로 대화가 가능하다.
다만, 투자자들은 애플의 AI 전략이 기존 경쟁사 대비 차별화되지 않았단 점에 크게 실망한 모양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애플은 AI 도입에 가장 소극적인 빅테크로 꼽히며 주가 역시 횡보세를 거듭했다”면서 “애플이 오픈AI와 손을 잡은 것은 자체 AI 기술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자인한 꼴”이라고 평가했다.
삼성전자도 올해 초 갤럭시S24에 탑재한 자체 생성형 AI ‘갤럭시 AI’를 통해 온디바이스 AI와 클라우드 기반 AI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AI를 먼저 대세운 바 있다.
당초 애플의 생성형 AI 개발 서비스나 계획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에겐 이날 애플의 발표는 실망감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애플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