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銀 지난달 기업여신 800조 돌파
가계대출과 잔액 격차 130조원으로 ↑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국내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가계대출 잔액보다 많아진 ‘역전현상’이 나타난 가운데 그 격차가 130조원 넘게 벌어졌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한 강한 규제를 예고하면서 은행들이 기업대출로 눈을 돌린 결과다. 하지만 공격적인 기업대출에는 항상 건전성 위험이 뒤따르는 만큼, 고정이하여신 비율 증가 등 후폭풍이 예고된다.
기업여신 800조원 돌파, 가계부채와 격차 더 벌어져
6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 달 말 기업대출 잔액은 80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767조3139억원이었던 5개 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월 770조원, 3월 785조원대를 기록하는 등 매달 ‘쑥쑥’ 증가해 803조3231억원을 시현하는 데 이르렀다.
특히 대기업대출이 기업여신 성장을 주도했다. 5대 은행의 5월 말 대기업 대출 잔액은 154조4665억원으로 전월(151조2220억원) 대비 3조원 넘게 증가했다. 지난 연말(136조4284억원)과 비교하면 반 년도 안 돼 대출잔액이 13.2%(18조381억원)나 급증했다.
소상공인 대출을 포함한 중기대출도 꾸준히 증가세다. 5개 은행의 중기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630조8855억원에서 1월 631조1966억원, 2월 634조9017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더니, 지난 달 말 648조8566억원으로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가계대출을 압도하는 증가세다. 5개 시중은행의 5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668조146억원으로, 전월(662조1040억원) 대비 5조원 넘게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심지어 지난 3월에는 전달(658조3186억원)보다 소폭 상승한 656조6954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기업대출이 가계대출 잔액을 넘어서기 시작한 건 2022년 말부터다. 1년 넘게 역전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 격차가 135조원 이상 벌어진 건 처음이다. 은행들이 가계대출 규제 기조 속에서 기업대출로 대안을 찾은 결과다.
앞서 정부는 가계대출을 경상성장률 범위 내에서 관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5대 지주는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2% 이내로 제시했다. 그렇다보니 대출자산 규모를 키울 수 있는 방법이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한 기업여신 뿐인 상황이다.
5대 시중銀 기업여신 연체율 0.35%로 증가
문제는 기업여신이 가계여신보다 더 큰 건전성 우려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회사채 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이 은행 여신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 지속으로 경기가 어려워질 시 그만큼 부실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은 건전성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에 여전히 소상공인 대출보다는 우량자산 위주의 기업여신이 대부분의 비중을 차지한다”면서도 “주담대 대비 기업여신의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각 은행들은 기업여신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하나은행은 우량자산 중심의 기업여신 증가에 힘쓰며 ‘성성장 후수익’ 전략을 꿰했고, 그 결과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시중은행 중 가장 많은 당기순익을 시현했다. 우리은행은 오는 2027년까지 전체 대출 포트폴리오 가운데 기업대출과 가계대출의 비중을 6:4로 채우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신한은행도 기업여신 잔액을 5개월만에 7%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단 건전성의 경우 여전히 관리 가능하다는 게 은행 측 입장이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연체율(단순 평균)은 지난해 1분기 말 0.30%에서 4분기 말 0.31%로 소폭 상승한 뒤 올해 1분기 말 0.35%로 뛰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룹사의 연체율 상승은 대부분 비은행 계열사의 브리지론 등에 기인한다”며 “은행 연체율은 소폭 상승에 그쳤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