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차세대 GPU 루빈 시점 2026년 발표
6세대 HBM4 내년 말께 양산 예상
SK하이닉스 “양산시점 내년으로 앞당기겠다”
[헤럴드경제=유동현 기자] ‘인공지능(AI) 칩’ 선두기업인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루빈’이 오는 2026년 출시될 예정이다. 시장에선 루빈에 탑재될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HBM4가 내년 하반기 말부터는 양산될 것으로 본다. HBM 시장 점유율 1위인 SK하이닉스는 앞서 HBM4 양산 시점을 내년으로 앞당기겠다고 밝히면서 경쟁 우위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2일 차세대 GPU인 ‘루빈’에 HBM4가 채택될 것이라 밝혔다. 루빈은 지난 3월 엔비디아가 발표한 차세대 GPU인 블랙웰을 잇는 차차세대 격 제품이다. 이날 황 CEO의 발표에 따르면 루빈 GPU에는 6세대 제품인 HBM4 8개, 루빈 울트라 GPU에는 HBM4 12개가 탑재될 예정이다. HBM은 여러 개의 디램(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성능을 높인 고부가가치 메모리다. 엔비디아의 GPU 성능을 극대화하는데 필수적이다.
현재 HBM 시장의 주력은 D램을 8단으로 적층(積層)한 HBM3E 8단 제품이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6월부터 4세대 HBM인 HBM3를 엔비디아에 공급해왔고, 올해 3월부터는 5세대 제품인 HBM3E 8단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12단 HBM3E 제품을 출시할 것이라 밝혔다. 내년부터 출시 예정인 블랙웰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블랙웰 울트라 GPU에는 HBM3E 12단 제품이 탑재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엔비디아가 루빈 출시 시점을 2026년이라 처음 밝히면서 HBM4 개발․양산 예상 시점도 가시화됐다. 지난해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53%인 SK하이닉스는 HBM4의 양산 시점을 내년으로 앞당겨 글로벌 투자와 기업 간 협력으로 차세대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김기태 SK하이닉스 HBM 세일즈&마케팅(S&M) 부사장은 지난달 30일 “현재 시장 상황을 보면 빅테크 고객들이 AI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신제품 출시 시점을 앞당기고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그간 HBM3를 사실상 독점 공급해왔다. 올해 3월 메모리 업체 중 최초로 HBM3E 8단 제품을 양산해 엔비디아에 공급 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에 HBM3와 HBM3E 품질 시험을 진행 중이며 상반기 대량 양산이 목표다.
엔비디아 밸류체인에 탑승해 올해만 주가가 30% 이상 오른 SK하이닉스가 더 랠리를 이어갈지도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첫 거래일 14만2000원에 마감했던 주가가 지난달 31일 기준 18만9200원까지 오르면서 32.87% 상승률을 나타냈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루빈이 2026년으로 확정이 됐기 때문에 HBM4 개발이나 양산은 내년 하반기 말부터는 시작이 돼야지 (루빈이) 나올 것”이라면서 “하이브리드 본딩(D램 상하를 구리로 완전 접합하는 기술)은 HBM4에서는 안 가는게 거의 확정이 된 거 같다”고 했다. 이어 “HBM4는 이미 시장에 나왔던 이야기인 만큼 특별히 상황이 달라졌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엔비디아가 가면 하이닉스가 따라 가는 흐름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주가 밸류에이션이 역대 최대치에 근접했고, 하반기에는 삼성전자의 HBM3, HBM3E 판매 확대가 가시화되며 SK하이닉스의 주가 하방 압력을 높일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