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이 1조3000억원이 넘는 역대 최대 규모 재산 분할과 함께 ‘세기의 이혼’으로 기록되는 분위기다. 지금껏 국내에선 1조원이 넘는 재산분할 규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 간의 이혼에 이목이 집중되면, 글로벌 ‘억만장자’들의 과거 이혼 사례와 재산 분할 규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 결과와 비슷한 규모의 재산분할이 발생한 사례로는 구글 공동 창업자로 190조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한 세계 7위 부자 세르게이 브린과 니콜 섀너핸 간의 지난해 이혼이 꼽힌다.
이들의 재산 분할과 변호사 비용 등은 결혼 전에 합의했던 내용에 따라 이뤄졌다. 다만 그 합의 내용이 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포브스는 이혼 이후 섀너핸의 재산이 최소 3억6000만달러(약 4957억원), 최대 10억달러(1조3770억원)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이날 최 회장과 노 관장 간 이혼 소송 2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이혼에 따른 위자료 20억원, 재산 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금껏 있었던 ‘억만장자’들의 이혼 중 재산분할액이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사례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와 그의 전 아내 멀린다 프렌치 게이츠 간의 이혼이다. 둘은 지난 2021년 8월 이혼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들의 재산 분할에 대해선 아무런 세부 사항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혼 당시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빌 게이츠의 순자산은 약 1520억달러(약 209조원) 규모로 추정됐다. 이들이 이혼을 접수한 워싱턴주 법원은 이혼시 재산분할 비율 5대 5 를 원칙으로 하고 있어, 멀린다 게이츠도 재산을 절반인 760억달러(105조원) 가까이 받아갈 것이란 추측이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이혼 직후 재산 분할로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멀린다에게 넘긴 게이츠가 부호 순위 4위에서 5위로 내려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빌과 멀린다는 1987년 교제를 시작해 1994년 하와이에서 결혼했다. 2000년 세계 최대 규모인 민간 자선재단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을 공동으로 설립해 이혼 후에도 공동 운영했지만, 지난 5월 멀린다가 공동의장직을 내려놓았다. 멀린다는 공동의장을 사임하며 퇴직금 개념으로 125억달러(약 17조원)을 추가로 받았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미 CNN 방송 등이 전했다.
빌 게이츠의 사례 전 가장 큰 규모의 사례는 지난 2019년 이혼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와 아내 매켄지 스콧이다. 25년간 결혼 생활에 대한 대가로 베이조스는 스콧에게 357억달러(약 49조원) 가치의 아마존 지분 25%와 위자료를 주고 합의 이혼했다. 스콧이 받은 돈은 모두 383억달러(약 53조원)로 이혼 재산 분할액으로는 최대 규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