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이재명의 민주당, 젊은 병사 죽음을 정치공세용 소재로”
직전 원내지도부까지 동원…낙선·낙천 의원 찾아가고 전화로 읍소
“尹 정신 차리라고 찬성표”·“거부권 말았어야” 소신파 목소리 분출
[헤럴드경제=신현주·김진 기자]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닷새 앞두고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렸다. 채상병 특검법은 대통령실의 수사 외압 의혹과 맞닿아 있어 보다 기민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것이 지도부 입장인데, 비윤계에서 “10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올 수 있다”며 소신투표를 독려하고 있어서다. 실제 낙선·낙천자를 중심으로 “당론을 무조건 따라야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이재명 대표와 야당은 정년 채상병 사건을 빌미로 ‘탄핵의 길’을 가겠다는 것이냐”며 “한 젊은 병사의 안타까운 죽음을 오로지 정치공세용 소재로 이용하는 민주당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원내지도부는 21대 현역의원 중 22대 총선에 불출마하거나 낙선·낙천한 의원들 58명을 대상으로 이탈표 단속에 나섰다. 이들 중 일부는 총선 당시 지도부로부터 지역구 재조정을 요구 받아 ‘험지’에 출마하기도 했다. 윤재옥 전 원내대표를 비롯한 직전 원내지도부까지 동원됐다. 이들은 낙선·낙천 의원들 지역구에 직접 찾아가 본회의에 참석해 반대표를 행사해줄 것을 요청하거나 일일이 전화를 돌려 참석 확인 중이라고 복수 관계자는 전했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전날 3선 이상 중진의원 모임에서 추 원내대표가 “부결을 위해 당론에 따라주시면 좋겠다. 도와달라”고 부탁했고 반대표를 던지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참석자들의 생각은 달랐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원내지도부는 표 단속이 끝났다고 생각하겠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며 “낙선·낙천한 사람 중에 당으로부터 상처를 받은 사람이 많다. 본회의날 출석하지 않으려는 사람도 몇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또다른 참석자는 “채상병 특검법을 이렇게 키운 것은 민주당이 아닌 정부여당”이라며 “방어에만 급급한 채 22대 국회에 들어서면 21대 국회에서 야당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넘어갔던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헤럴드경제 취재 결과 22대 국회에 입성하지 않는 5명 가량 의원들은 ‘찬성표’를 던질지 고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22대 총선에서 낙선한 지역구 의원은 “윤 대통령이 애초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며 “오히려 국민의힘에서 (이태원특별법처럼) 수정안을 제시해 조정했으면 여기까지 안 오지 않았겠냐. 국민들께서 바라보시는 사안의 심각성도 크고,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의 대응이 너무 아쉬워서 더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22대 총선에 불출마한 비례대표 의원은 “소신투표는 의원 개개인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무조건 당의 당론을 따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21대 국회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결과에 기여하는 것이 당 분위기에 맞는가 고민도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채상병 사건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고 이종섭 전 호주대사 출국 때부터 윤석열 정부의 절차적 미스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어 종합적으로 생각하고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호남 출신인 정운천 의원이나 ‘채상병 특검법 부결’ 당론 지정을 반대한 조해진 의원, 민주당 출신인 이상민·김영주 의원까지 더하면 10개 안팎의 이탈표가 행사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채상병 특검법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취지로 발언한 조경태 의원은 당론을 따를 예정이다. 조 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야당이 진실 규명보다는 정치적 공세에 집중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특검법은 받아들이면 안된다”며 “특검법은 지금껏 여야 합의 하에 처리해 왔는데 야당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건 입법 관례에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일찌감치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밝힌 김웅 의원은 헤럴드경제에 “저와 직접 이야기를 해서 (재의결 때) 찬성표를 내겠다고 말한 의원이 저를 포함 총 5명이었다”며 “10개 이탈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윤 대통령의 국정기조가 전환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면 버티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김 의원은 원내지도부를 비판하며 “정치는 불쌍하고 어려운 사람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찾아가고 발로 뛰어야 하는 것인데 대통령을 지키려고 하느냐”며 “의원들을 설득할 시간에 윤 대통령을 설득하고 여론을 달래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