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돗물을 수질로 생각할 경우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UN에서 담수, 지하수의 질과 양, 하수처리, 수질보호 관련법 등의 변수를 종합적으로 검토해 발표하는 국가별 수질지수 순위에서 우리나라는 122개국 중 8위로 프랑스(10위)나 미국(12위)을 앞선다. 또한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권고하는 155개 수질검사 항목 수를 초과해 최대 250개에 달하는 세부적인 항목들을 검사하고 있다.그러나 수돗물홍보협의회에서 2013년 말에 일반 국민 1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수돗물을 정수하거나 끓이지 않고 그대로 마시는 비율은 5.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끓여서 마시는 경우까지 합하면 그 비율은 55.2%였다.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지 않는 이유로는 ‘막연한 불안감’과 ‘물탱크 및 수도관에 대한 불안’, 그리고 ‘맛이 없고 냄새가 나는 물맛’을 꼽았다.안전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는 상수원과 수도관, 물탱크 관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의 소비자들이 아직도 수돗물이 식수로 부적합하다고 믿고 있고, 이미 생수를 사서 마시거나 정수기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수돗물을 바로 식수로 사용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수돗물 음용율은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고 투자액 대비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 우리나라의 수돗물 음용율이 정말 낮은 수준일까? 오로지 수돗물이 불안해서 수돗물을 안 마실까? 2013년 조사에 따르면 음식을 만들거나 차를 마실 때에도 수돗물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는 대답은 최대 15% 정도였다. 이는 응답자의 85% 정도는 어떤 형태로든 수돗물을 음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품첨가물이 불안해도 소비자들이 그것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듯이 수돗물이 불안해도 밥을 하거나 국을 끓일 때, 보리차를 만들 때, 음식 재료를 씻을 때 소비자들은 수돗물을 다양한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 수도꼭지의 물을 그대로 마시거나 수돗물만을 끓여 마시는 것만을 음용율의 지표로 보고 음용율이 낮다고 판단하는 것은 과장된 측면이 있다. 소비자들이 수돗물의 안전성을 확신하게 되면 소비자들이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수돗물을 지금보다 더 마시게 될까? 그 효과는 장담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은 안전이라는 요소 외에 제품의 다양한 품질요소를 고려해 선택을 한다. 소비자들은 냉온수와 얼음을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편리함 때문에 정수기를 사용하고 관리와 이동의 편리함 때문에 먹는 샘물을 구입하기도 한다. 필수재인 먹거리 영역에서도 다양한 혜택을 추구하며 소비자마다 다른 가격을 지불하듯이 물 소비에서도 안전함 외에 편리함이나 좋은 맛, 특별한 기능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사라진다고 해도 정수기물이나 먹는 샘물 소비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물은 우리 모두의 삶에 아주 중요하기 때문에 당연히 안전해야 한다. 정부는 수돗물을 깨끗하고 안전한 식수로 관리하기 위해 많은 세금을 투자하고 있다. 그런데 소비자들이 이를 식수로 음용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개인적으로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낭비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주요 선진국에 비해 1인당 물 사용량이 많고 요금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어서 수돗물 관리의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다고 한다. 관리의 효율성이 낮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수돗물 요금인상이나 수돗물 수질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한 가정에서 수돗물 대신 페트병에 담겨 먼 거리를 돌아오는 생수를 음용한다면 개인적으로도 불합리한 비용을 쓰게 되고 탄소배출량을 증가시켜 환경에도 피해를 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수자원 보전에도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식수로서의 수돗물 음용율 제고는 정말 필요한 일이지만 수질을 관리하고 소비자들이 수질을 신뢰하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수돗물의 특별한 장점을 개발하고 편리하게 마실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또한 개인적, 사회적 자원으로서의 수돗물의 경제적, 환경적 가치를 인식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수돗물이 어떻게 관리되는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수돗물 음용이 어떤 좋은 점을 가지고 있는지를 합리적으로 평가해 보고 우리의 식수 음용 습관을 다시 한 번 숙고해보자. 소비자가 수돗물의 가치를 재평가할 수 있다면 가정이나 직장에서 수돗물을 그대로 마시던 끓여 마시던 정수해 마시던 그냥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도 수돗물 음용률은 자연스레 향상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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