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개 청와대 행정관이 대한민국 실세라고 생각하세요?”
대한민국 의전 서열 10위권에 속하는 한 인사가 15일 기자와 전화통화 도중 툭 던진 말이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수첩 메모를 둘러싼 청와대 음종환 행정관과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 사이의 진실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요지는 이랬다. 대한민국의 실세 가운데 한 명인 자신이 모르는 인물이 어떻게 해서 실세로 포장될 수 있냐는 얘기였다.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에서 거론된 ‘십상시’ 역시 사건이 불거지기 전에 자신이 잘 알지 못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의전 서열에도 들지 않는 누구말대로 ‘조무래기’가 술마시면서 한 얘기가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어 걱정이 된다는 지적이었다. 여기에는 그런 가십성 기사를 대서특필하는 언론에 대한 아쉬움도 담겨 있었다.
그의 말을 좀 더 들어보자. 대한민국의 실세 가운데 한 명으로서 부끄럽다고도 했다. ‘실세가 모르는 실세’가 있을 수 있냐는 아쉬움도 약간 묻어난다.
그리고 요즘 대한민국 실세가 하고 있는 고민에 대해서도 털어놨다. 그는 요즘 대한민국의 미래가 매우 걱정된다고 했다. 물가상승률 전망치가 1%대로 떨어지는 것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의 초입과 너무나도 유사하다고 했다.
중국의 부상도 우려했다. 5년전에 중국이 이렇게까지 발전할지 몰랐듯이, 중국의 추격 속에 삼성도 미래에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했다. 급기야 대우가 망했을 때 천문학적인 세금이 투입됐던 얘기도 꺼냈다. 앞으로 삼성이 망하면, 대한민국이 망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가 똘똘 뭉쳐 극복해야 하는데 분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 지적이다. 과거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일본과 중국이 만든 내부 분열을 틈타 일어났듯이 지금의 국가 분열 양상도 이와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그는 “경술국치 때도 그랬다. 우리나라 조정에 침투해 분열해놓고 나라를 빼앗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다소 과장되게 느껴지는 부분도 있지만, 청와대 행정관이 술자리에서 한 이야기가 의전서열 7위인 여당 대표의 수첩에 옮겨지고, 사진에 찍혀 대서특필되며, 당청관계 및 당내 역학관계의 분란으로 이어지는 것이 분명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웩더독(Wag the Dog)’이다.
물론 근거 없이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진짜 실세가 하소연 한 내용이지만, 빌미를 제공한 것도,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사람도 바로 그들이다. 의전서열 10위 안에 드는 실세가 제일 먼저 해결해야할 문제인 것이다.
청와대 개편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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