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 다지려 ‘전략적 중국 때리기’
중국 알루미늄 등 수입품에 고율 관세 부과 지시
저가 공세 속수무책하던 비철금속 관련株도 들썩
[헤럴드경제=노아름 기자]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펜실베니아 등 경합주 표심을 잡기 위한 전략적 중국 때리기에 나섰다. 철강·알루미늄 산업 종사자를 우호세력으로 포섭하기 위해 표밭 다지기에 들어갔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대(對)중국 관세로 인한 수혜 기대감에 국내 철강·알루미늄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무역법 301조에 의거해 중국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도록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지시했다. 이번 관세 인상 대상은 2022년 기준 약 180억달러(한화 약 24조6510억원) 규모에 달하는 중국산 수입품이다.
이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기존 7.5%), 철강 및 알루미늄(기존 0~7.5%)에 대한 관세를 올해부터 25%로 인상할 예정이다. 아울러 중국산 반도체·태양광 배터리의 관세는 50%까지, 중국산 전기차 관세는 100%로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고율관세 부과 배경에는 중국과 직접 경쟁하는 전략 산업군을 보호한다는 명분이 자리한다. 미국은 그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을 근거로 자국 영토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반도체·전기차·배터리 등 사업자에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이에 더해 관세까지 높이겠다고 나서 대선을 앞두고 선거용 메시지를 냈다는 게 시장 중론이다.
▶中 저가 공세에 속수무책 엊그제인데…=미국 못지않게 국내 철강·비철금속 사업자는 저가 중국산 제품에 신음해왔다. 시장 관계자들은 수차례 협회 차원의 대응에도 나서봤지만 비교적 싼 가격에 수출되는 중국산 제품이 시장 가격을 교란시키는 탓에 공정한 시장경쟁에 어려움을 호소해왔다.
저가 중국산 제품에 신음해오던 와중에 미국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움직임은 당장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 조치 수혜 기대감에 철강 및 알루미늄 관련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앞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에 바이든 대통령이 반대하고 나선 데 이어 한 차례 더 철강·비철금속 산업군에 영향을 줄만한 시그널을 보낸 점이 주효했다고 풀이한다.
특히 삼아알미늄, 알루코, 남선알미늄 등 알루미늄 주 변동폭이 눈에 띈다. 삼아알미늄은 유가증권시장에서 백악관의 중국산 제품 관세 부여가 공론화된 지난달 대비 3000원(4.1%) 상승한 7만6300원에 지난 17일 거래를 마쳤다. 남선알미늄(3.1%), 알루코(0.5%) 등도 상승세를 탔다.
▶비철금속株 에너지 가격변동 영향받나=중국산 제품에 부과하게 되는 고율관세 이외에도 비철금속 주가에 영향을 미칠만할 요인이 지속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원자재 시장 재편, 수급 불안정 우려가 커지며 비철금속 가격이 올랐고, 수급 동향 변화가 그간의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평가다.
특히 유럽 알루미늄 산업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 국면에서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산업군으로 꼽힌다. 알루미늄 생산에 필요한 전력은 구리의 40배 가량으로, 알루미늄은 비철 중에서도 가장 에너지 집약적인 금속으로 알려져있다. 전력 가격이 불안정했던 시기에는 제련소를 가동시키는 비용 부담이 컸던 탓에 유럽 알루미늄 생산공장 과반이 가동 중지되기에 이르렀다.
증권가에서는 알루미늄 가격이 최근 들어 조정받기 시작했으며, 향후 수개월 이내에 알루미늄 가격이 t당 2100달러~2400달러 선 범위로 회귀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유럽 알루미늄 제련소가 운영 재개하는 한편 독일·프랑스 등지에서 내년까지 목표 생산량을 최대 용량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영향이 이와 같은 가격 전망에 반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