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뉴 벤테이가 EWB’ 추정
최대 3억3000만원 가격
전국아파트 중위값 3억2100만원
국내 3억이상 초고가 승용차 6000대 돌파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서울 강남에서 접촉 사고를 내고 도주한 트로트 가수 김호중(33)이 사고 당시 타고 있던 벤틀리 차량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김호중의 차는 최근 벤틀리가 출시한 ‘더 뉴 벤테이가 EWB’ 모델인 것으로 추정된다. 벤틀리모터스코리아는 지난해 12월 플래그십 고급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더 뉴 벤테이가 EWB'를 공개하고 국내 공식 출시했다. 더 뉴 벤테이가 EWB는 2017년 벤테이가 국내 출시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신형 모델이다.
이 모델은 자동 온도 감지와 자세 조정 시스템을 탑재한 '벤틀리 에어라인 시트'를 적용하고, 전자식 4륜 조향 기능을 포함해 역동적 주행 성능을 갖췄다. 특히 휠베이스(축간거리)는 일반 벤테이가보다 180㎜ 늘어난 3175㎜로, 동급 최대 수준의 뒷좌석 공간을 확보했다.
또 벤틀리 브랜드 처음으로 '파워 클로징 도어' 기능을 적용해 센터 콘솔 후방에 부착된 버튼을 누르면 전동으로 차량 뒷문을 닫을 수 있다. 4.0L 8기통 트윈 터보 가솔린 엔진을 탑재했으며, 최고 출력 550마력(PS), 최대토크 78.5kg·m를 발휘한다. 정지 상태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4.6초 걸린다. 최고 속도는 시속 290㎞다.
소비자 취향에 따라 '아주르'와 '뮬리너' 등 두 가지 사양 중에 선택할 수 있다. 아주르는 쾌적하고 여유로운 주행 감각을 만끽할 수 있는 모델이고, 뮬리너는 최상급 고급화 사양을 대거 탑재한 럭셔리 모델이다.
이 차량의 가격은 최대 3억3000만원을 넘는다. 옵션과 차량 취득세 등을 합치면 구입 당시 4억원이 훌쩍 넘는 금액을 지불했을 것으로 보인다. 차량 한대 값이 웬만한 아파트 한채 값에 달하는 셈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최근 발표한 ‘4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의 중위가격은 3억2100만원이다. 지방은 이보다 더 낮은 2억5000만원 수준이다. 전국 아파트 평균가격은 4억5000만원 가량이다. 지방은 2억5600만원 정도다.
벤틀리는 1919년 설립돼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최고급 자동차 제조사다. 영국의 월터 오웬 벤틀리는 형제인 호레이스 밀너 벤틀리와 함께 1차 세계대전 전 런던에서 프랑스 자동차를 판매 중이다 전쟁이 끝난 뒤인 1919년 ‘W.O.Bentley’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이후 벤틀리의 자동차는 유수의 레이싱 대회에서 수많은 우승을 가져와 ‘빠르고 좋은 차’의 이미지를 만들게 된다. 이후 경영난에 시달리자 1931년 경쟁사인 롤스로이스에 인수됐고, 2003년에는 다시 폭스바겐에 매각된다.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벤틀리는 수공 생산을 통해 고급스러움을 갖고 있으며 모터스포츠 기술을 기반으로 한 성능을 앞세워 럭셔리 브랜드로 장수하고 있다.
한편, 최고급 차량을 제작하는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한국 시장 성장세에 주목하는 가운데 대당 3억원이 넘는 초고가 승용차가 국내에서 6000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받은 승용차 등록 현황을 보면 지난해 4월 말 기준으로 취득가액이 3억원을 넘는 승용차 누적 등록 대수는 6299대였다. 취득가액 3억∼5억원 승용차는 개인(1213대)과 법인(3793대)차량을 합쳐 5006대, 5억원 초과 차량은 모두 1293대(개인 361대·법인 920대·단체 12대)였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3억원 이상 승용차는 롤스로이스, 벤틀리, 페라리, 람보르기니, 메르세데스-마이바흐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슈퍼카·럭셔리카 모델이다. 국산차 중에는 3억원이 넘는 승용차가 없다.
연도별 신규등록 현황을 봐도 3억원 이상 고가 승용차의 성장세는 뚜렷하다. 2016년 취득가액 3억∼5억원 승용차 신규등록 건수는 199건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천115건으로 6년 새 5.6배로 뛰어올랐고, 5억원 초과 승용차는 같은 기간 25건에서 267건으로 약 10배가 됐다. 올해 4월까지도 3억∼5억원 차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237건에서 323건으로, 5억원 초과는 71건에서 77건으로 각각 늘었다.
신규 등록 건수는 특정 연도에 말소된 차량이 다른 해에 다시 등록되는 등 사례도 포함하는 경우가 있어 총등록 대수와 일치하지는 않지만, 국내에서 고가 수입차 시장이 커지는 추세를 고려하면 비슷한 흐름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초고가 승용차는 법인 소유 비중이 눈에 띄게 크다. 정부는 슈퍼카 등을 회사 명의로 구입해 개인 용도로 쓴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법인차 전용 번호판 도입을 추진 중이다. 이런 최고급 차량을 제조하는 글로벌 업체들은 한국 시장의 성장 추세를 눈여겨보고 있다.
영국 럭셔리카 브랜드 벤틀리에서는 지난해 3월 애드리안 홀마크 회장 등 본사 최고경영진이 한국을 방문해 국내 벤틀리 판매량 증가에 주목하며 신흥 시장으로서 중요도를 강조했다. 지난해 벤틀리의 한국 내 판매량은 775대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판매 1위를 달성했다. 작년 아태지역 총판매량 2031대의 약 38%를 한국이 차지한 셈이다.
롤스로이스 역시 지난해 한국수입차협회 집계로 234대를 한국에서 판매하며 역대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다. 3월 방한한 토스텐 뮐러 오트보쉬 롤스로이스 최고경영자(CEO)도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롤스로이스가 추구하는 정신에 대한 이해가 빠르고 성장도 빨라 우리에겐 매우 중요하다"며 한국 시장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밖에 페라리는 자사 차량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우니베르소 페라리' 전시를 지난달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열었고, 슈퍼카 브랜드 애스턴마틴도 최근 딜러사가 아닌 회사가 직접 나서 국내에서 첫 신차 출시 행사를 개최하는 등 글로벌 고급차 업체들이 앞다퉈 한국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