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GC-NBIM 기업 청렴성 포럼

'밸류업' 지켜본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

“의결권 행사 조차 어려운 주총 쏠림 해결해야”

“사외이사 독립성, 주주와의 소통 강화 필요”

밸류업 원년 ‘주총 쏠림’을 본 외국인의 일침…“아마 국민연금은 잠도 못 잘거다” [투자360]
아마르 길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CGA) 사무총장이 17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UNGC-NBIM 기업 청렴성 포럼'에 참석해 한국 기업의 거버넌스 순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혜림 기자

[헤럴드경제=유혜림 기자] "수백곳에 투자하는 해외주주들도 많을 텐데, 이렇게 주주총회가 몰려버리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적절한 책임(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수많은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국민연금은 아마 잠도 못 잘 거다."

아마르 길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CGA) 사무총장은 17일 'UNGC-NBIM 기업 청렴성 포럼'에 참석해 한국 기업의 거버넌스를 개선하는 방안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올해도 특정일에 수백 개가 넘는 상장사의 정기 주총이 쏠리는 이른바 ‘슈퍼위크’가 반복되자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의결권 행사 구조가 취약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아마르 길 사무총장은 "한국 기업에 투자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주요 이슈 중 하나에는 주주총회가 너무 집중적이라는 것"이라며 "절반 이상이 3월 말에 주총을 개최해버리면 40~50곳에서 많게는 수백개에도 투자하는 해외 주주들은 제대로 참여할 수도 주의를 기울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주총이 특정일에 몰리면 주총 참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충분하게 안건을 살펴볼 수도 없다는 지적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 '밸류업' 원년인 지난 3월 말(28~29일) 정기 주총을 개최하는 기업 수만 총 900여개에 달했다.

아마르 길 사무총장은 기업 수를 제한해서라도 '쏠림' 현상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정부는 주총이 특정 날짜로 쏠리는 현상을 막기 위해 특정일이나 특정 주간에 주총을 열 수 있는 기업을 선착순으로 배분하는 등 분산 의무화를 도입하려고 했으나 무산된 상태다.

그는 "(주총 쏠림은) 정말 주주들로 하여금 가장 중요한 신탁 의무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이 아닌 것"이라며 "(주총 개최일이 집중되는 기간에는) 기업 수를 제한할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기업의 이사회 독립성 강화도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꼽혔다. 사외이사들이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보장해야 하고 전문성 교육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주들의 의견을 이사회에 공유하고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적극 반영하기 위해서다.

아마르 길 사무총장은 "한국기업은 이사회 관련 (교육) 기관이 따로 있어야 한다"며 "사내·외 이사 모두 자신들의 책임이 무엇인지, 경영진 견제 기능을 어떻게 행사해야 하는지 등도 교육받아야 한다. 이는 한국에서 수년 내로 이뤄져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했다.

반면, 올 주총에서 국내 행동주의 펀드 활동이 증가한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ACGA의 보고서 'CG Watch 2023'에 따르면 한국의 기업지배구조 제도는 호주를 포함한 아시아 12개국 중 8위를 기록했다. 이번 한 단계 오를 수 있는 덕도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같은 기간 기업 밸류업 결실을 보기 시작한 일본은 5위에서 2위로 순위가 더 큰 폭으로 올랐다.

한편, ACGA는 아시아의 기업 거버넌스(지배구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1999년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지난 3월 한국거래소를 찾아 밸류업에 관심을 보였다. 1997∼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기업 지배구조가 아시아 자본시장 발전에 필수적이라는 신념에 바탕을 두고 있다. 전 세계 18개 시장의 연기금과 국부펀드, 자산운용사, 글로벌IB, 상장사, 회계법인 등 101개사 회원사로 활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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