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이직하면서 받은 전 회사 퇴직금 1000만원이 입급됐습니다. 비트코인에 넣을까요? 아니면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알파벳 같은 미국 주식 종목에 넣을까요? 이것도 아니면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SOXL)’ 같은 상장지수펀드(ETF)에 넣을까요? 조언 부탁드려요.” (온라인 직장인 커뮤니티)
올 들어 급등세를 타며 이목을 집중시켰던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주와 ETF를 비롯해 가상자산 '대장주' 비트코인까지 최근 들어 박스권 내에서 등락을 오가며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투자자들은 AI 산업에 대한 가능성을 고려했을 때 일시적 '조정세'가 끝난다면 중장기적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데 베팅하는 모습이다.
9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최근 1개월 간(4월 9일~5월 8일)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액이 가장 컸던 해외 주식 종목은 2억2062만달러(3014억원)를 기록한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였다. 해당 ETF 종목은 미 증시 대표 반도체 지수인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로 추종한다.
서학개미(서구권 주식 개인 소액투자자)들의 대표적인 ‘원픽(최우선주)’으로 꼽히는 테슬라의 같은 기간 순매수액(1억5626만달러, 2132억원)도 1000억원 가까이 따돌렸다.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에 대한 강력한 순매수세는 ‘저가매수’ 심리에 따른 것으로 읽힌다. 해당 ETF의 수익률은 최고점을 기록했던 지난 3월 7일(55.32달러) 기준으로 올해 들어서만 76.18%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19일 30.79달러까지 44.34% 급락하기도 했다. 불과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작년 말 수준까지 복귀한 셈이다.
다만, 최근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X’ ETF의 수익률 흐름을 살펴본다면 반등을 노리고 저가 매수에 나선 투자자들의 선택이 적중한 듯 보인다. 지난 5일간 12.47%나 뛰어 오르면서다.
전문가들은 AI 산업의 확장에 따른 반도체주(株)에 대한 전망은 긍정적이란 점에 대해선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다만, 그동안 이어져 온 랠리 탓에 AI용 반도체 사업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과도하게 반영된 점이 있는 만큼 일정 기간의 조정세는 불가피하단 평가를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최근 월가는 앞다퉈 AMD 12개월 목표가 하향에 나섰다. 씨티그룹은 AMD 목표가를 기존 192달러에서 176 달러로, 미즈호 증권은 기존 235달러에서 215 달러로 낮췄다. 파이퍼샌들러는 195달러에서 175달러로 10% 이상 하향 조정했다. AMD가 제시한 올해 2분기(4~6월) 실적 전망에서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이 전분기 대비 두 자릿 수 이상 증가율을 기록하겠지만, PC 부문은 한 자릿 수 증가율에 그치고 임베디드 매출은 제자리 걸음, 게임 부문 매출은 30%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미 월가 유명 투자자 스탠리 드러켄밀러는 지난 7일(현지시간) 미 CNBC 방송에 출연해 “AI가 단기적으로 과대 평가됐을 수 있다”면서 “지난해 적극적으로 사들인 엔비디아 투자 비중도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150달러에서 900달러로 폭등한 뒤 투자 비중을 줄였다는 것이다.
반면, AI 산업과 관련 반도체 부문에 대한 중장기적인 낙관론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사항이다. 드러켄밀러는 “지금 약간 과대 평가돼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과소 평가돼 있다”며 “지금으로부터 4~5년 뒤에는 큰 보상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2년 하반기 챗GPT 출시를 앞두고 처음 엔비디아 주식을 매입한 그는 당시만 해도 AI보다 블록체인에 관심이 더 많았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엔비디아의 목표주가를 기존 1000달러에서 1100달러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AI에 대한 수요가 강력해 여전히 20%가 넘는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도시야 하리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는 “AI 수요는 엔비디아 주가를 하늘 높이 끌어올릴 만큼 충분해 보인다”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기능은 물론 수십 년간 구축한 설치 기반과 생태계에 걸친 경쟁 우위 요소를 바탕으로 엔비디아는 가까운 미래에도 업계 표준으로 남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