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만8500명 수준의 주한미군 규모를 4만명으로 과장
韓, 1조 넘는 분담금은 ‘아무것도 아닌 수준’ 깎아내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가치보다 이익을 우선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아슬아슬한 외교관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보도된 미 시사주간지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재집권시 한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내비쳤다.
그는 재집권시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냐는 질문에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기를 바란다”며 “그들은 매우 부자 나라가 됐는데 우리는 본질적으로 그들의 군대 대부분을 무상으로 지원했다”고 답변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타임지는 한국이 더 많은 방위비를 부담하지 않을 경우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한미군과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등과 관련된 언급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먼저 주한미군 규모에 대해 “우리는 어느 정도 위험한 위치에 4만명의 군인이 있다”고 말했는데 실제는 2만8500명 선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주한미군 규모를 과장한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는 지난해 3월에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한미군 규모를 3만5000명이라고 언급했다.
대통령 재임중에도 주한미군 숫자를 3만3000명, 3만2000명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그러나 주한미군 규모는 지난 2008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한미정상회담 이후 2만8500명 선을 유지하고 있다.
미 상·하원 군사위원회는 국방예산을 담은 2024회계연도 국방수권법안(NDAA)에서 한국에 배치된 미군 약 2만8500명의 규모를 유지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 “한국은 수십억 달러를 내기로 동의했다”면서 “그런데 내가 이임했기 때문에 그들은 아마 거의 돈을 내지 않고 있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
한국은 2021년 체결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라 그해 1조1833억원(약 8억5700만 달러)을 부담했으며, 한국의 국방비 인상률을 반영한다는 조항에 따라 올해는 1조3463억원(약 9억7500만 달러)을 부담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임시 한국으로부터 수십억 달러를 받기로 한 협정을 만들었는데 한국이 조 바이든 행정부와 재협상을 통해 ‘거의 아무것도 아닌 수준’으로 분담금을 훨씬 낮췄다고 주장한 것도 사실이 아니다.
한미는 2019년부터 제11차 SMA 협상을 벌였으나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및 감축까지 거론하며 기존보다 5배 이상 대폭 인상을 요구하면서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결국 제11차 SMA는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인 2021년에야 최종 타결됐고,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소속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 등 고용안정성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